▲ 원익 주장 박정환을 꺾고 검토실에 복귀한 GS칼텍스 나현이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나현의 이변이 벼랑 끝 GS칼텍스를 살렸다. 24일(토)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에서 GS칼텍스가 원익을 3-2로 물리쳤다.
양 팀은 이번 시즌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8승 고지에 오른 2위 원익은 울산 고려아연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4승 7패로 6위에 머물러 있는 GS칼텍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 김수용 심판의 개시 선언으로 GS칼텍스와 원익의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1국 원익 이지현(2지명) vs GS칼텍스 원성진(1지명)
이지현, 333수 흑 3.5집 승. 원익 1-0 GS칼텍스
1국에서 베테랑들이 맞붙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주장을 맡고 있는 원성진은 최근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고, 원익의 '원투 펀치' 이지현 역시 4연패를 당하며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두 팀 모두 기선 제압을 위해 베테랑의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모양으로 진행된 초반 포석. 상대의 파워를 서로 잘 아는 만큼 신중한 탐색전 속에 중반을 맞았다. 이지현이 상대의 얼기설기 연결된 백돌의 약점을 추궁하며 실리에서 앞서갔다. 원성진은 뒤늦게 눈부신 추격전을 펼쳤지만 끝내 3.5집이 부족했다. 이지현의 신승으로 원익이 1-0 리드를 잡았다.
▲ 감기 증세에도 불구하고 이지현(원익)이 4연패 사슬을 끊으며 시즌 6승 6패를 기록했다.
2국 GS칼텍스 나현(3지명) vs 원익 박정환(1지명)
나현, 261수 흑 불계승. GS칼텍스 1-1 한옥마을 전주
다음달 25일 제1회 신한은행 세계기선전 결승을 앞두고 있는 박정환은 최근 14연승 행진을 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나현은 3연패로 부진하다. 상대 전적은 박정환이 10승 3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최근 10년간 6전 전승으로 나현을 압도했다. 그러나 승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초반 우상귀와 좌하귀 두 곳에서 몸싸움이 일단락되면서 나현이 국면의 주도권을 쥐었다. 박정환이 우변과 하변의 흑돌을 갈라가며 난전을 유도했지만, 나현이 상대의 강수를 기민하게 받아치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나현이 상승세의 박정환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날 승리로 나현은 바둑리그 통산 23번째 100승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GS칼텍스가 1-1 동점을 만들었다.
▲ 지명, 랭킹, 최근 성적, 상대 전적 등 모든 지표의 열세를 극복하고 박정환(원익)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나현(GS칼텍스). 통산 100승 달성 및 시즌 7승 4패.
3국 GS칼텍스 김정현(2지명) vs 원익 이원영(3지명)
김정현, 146수 백 불계승. GS칼텍스 2-1 원익
승부의 분수령이 된 3국에서 속기와 전투에 능한 두 선수가 만났다. 시즌 성적은 김정현이 6승 4패, 이원영이 4승 6패. 상대 전적은 6승 6패 호각.
이른 국면부터 좌변에서 기세의 싸움이 벌어졌다. 이원영이 상대 돌을 가두며 험악한 수상전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김정현이 상대의 무리수를 정확하게 응징하며, 좌상 일대에 엄청난 대가를 만들었다. 김정현의 완승으로 GS칼텍스가 2-1 역전에 성공했다.
▲ 기세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이원영(원익)을 제압한 김정현(GS칼텍스). 통산 99승이자 시즌 7승 4패.
4국 원익 김은지(3지명) vs GS칼텍스 권효진(4지명)
김은지, 170수 백 불계승. 원익 2-2 GS칼텍스
이날 대국 전까지 시즌 성적은 김은지 5승 3패, 권효진 1승 5패. 이를 반영하듯 김은지는 1월 랭킹이 22위까지 대폭 상승했고, 권효진은 62위까지 하락했다. 상대 전적 역시 4승 무패로 김은지가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우변에서 주고받은 미묘한 수순 교환 후, 권효진이 중앙에서 빵따냄을 했지만 형세는 오히려 김은지 쪽으로 기울었다. 비세에 빠진 권효진이 좌상귀 백진에 침투해 반격을 노렸으나 집 차이는 더 벌어졌다. 후반까지 강력해진 김은지가 물샐틈없는 마무리로 바둑을 끝냈다. 원익이 승부를 최종국으로 끌고 갔다.
▲ 팀의 패배를 막는 귀중한 승리를 거둔 김은지(원익). 시즌 6승 3패.
5국 GS칼텍스 김승재(5지명) vs 원익 강지훈(5지명)
김승재, 148수 백 불계승. GS칼텍스 3-2 원익
최종국에서 5지명 맞대결이 성사됐다. 시즌 초반 3연패를 당했던 김승재는 최근 2승 1패로 회복세가 뚜렷한 반면, 시즌 초 2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던 강지훈은 3연패 침체에 빠져 있다.
최종국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두 선수 모두 신중한 행마로 중반전에 돌입했다. 근소하게 우위를 확보한 강지훈이 지나치게 안전한 행마를 거듭하자 김승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중앙 전투에서 역공에 성공한 김승재가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었다. 김승재의 결승점에 힘입어 GS칼텍스가 3-2 역전승을 거뒀다.
▲ 시즌 초 부진을 털고 최근 3승 1패로 자신감을 되찾은 김승재(GS칼텍스). 통산 95승이자 시즌 3승 4패.
배수진을 치고 나섰던 GS칼텍스가 원익을 가까스로 3-2로 따돌리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한편 리그 중반까지 선두를 유지했던 원익은 뜻밖의 2연패로 주춤하며 선두 울산 고려아연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25일(일) 12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7위 마한의 심장 영암과 8위 정관장의 하위권 대결이다. 영암은 1지명 신진서, 정관장 역시 1지명 김명훈을 각각 1국 선발로 예고했다. 통산 전적 14승 3패, 신진서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이지현이 선제점을 올리자 선수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 원익 검토실
▲ 주장 원성진이 선제점을 허용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던 GS칼텍스 선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