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氣勢) :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이번 시즌 울산 고려아연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22일(목)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1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영림프라임창호에게 3-2 재역전승하며, 9연승 기록을 이어갔다.
폭발적인 연승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단독 선두 울산 고려아연과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강한 힘을 발휘하는 디펜딩 챔피언 영림프라임창호의 선두권 빅뱅이다. 영림이 전반기 2-3 석패를 설욕한다면 순위표에서 울산 고려아연과 자리를 맞바꿀 수 있다.
▲ 김대용 심판의 개시 선언으로 울산 고려아연과 영림프라임창호의 선두권 빅매치가 시작됐다.
1국 영림프라임창호 강동윤(1지명) vs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4지명)
강동윤, 177수 흑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1-0 울산 고려아연
영림의 주장 강동윤이 올 시즌 여섯 번째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선발 3승을 포함한 강동윤의 시즌 성적 6승 4패는 고스란히 팀 성적으로 이어졌다. 강동윤의 승리 공식이 이번에도 이어질까.
기세가 좋은 두 선수의 대결. 초반부터 상대방의 의도를 거스르는 마이웨이 행마에도 국면은 균형을 유지했다. 팽팽하던 흐름 속에 송규상이 상변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유리한 수상전 패싸움을 만들어 놓고, 자충을 부른 팻감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불계승을 거둔 강동윤이 자신의 승리 공식에 불을 지폈다.
▲ 선봉장으로 나선 6경기에서 4승 2패, 시즌 7승 4패를 기록한 강동윤(영림프라임창호)
2국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2지명) vs 영림프라임창호 강승민(4지명)
최재영, 195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1-1 영림프라임창호
최근 살아나고 있는 두 선수의 대결. 시즌 초반 부진했던 최재영은 최근 3승 1패, 한때 5연패까지 당했던 강승민은 2연승으로 확실히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반전 중앙 전투에서 강승민이 상대방의 모양을 무너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승률 그래프가 99% 이상 강승민의 절대 우세를 점치던 상황, 최재영이 백돌 사이를 찝는 절묘한 승부수를 터트렸다. 강승민의 완착이 나오며 막판에 전세가 뒤집혔다. 최재영의 극적인 역전으로 두 팀의 승부는 원점이 되었다.
▲ 리그 초반 연패로 고전했던 최재영(울산 고려아연)이 3연승으로 살아나며 시즌 5승 6패를 기록했다.
3국 울산 고려아연 안성준(1지명) vs 영림프라임창호 박민규(2지명)
안성준, 216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2-1 영림프라임창호
다승 2위 박민규(8승 4패)와 6위 안성준(7승 3패)의 대결. 상대 전적은 안성준이 10승 4패로 크게 앞서 있지만, 박민규는 지난해 맞붙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한 바 있다.
감각적인 행마로 국면을 장악한 안성준이 우변 전투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패싸움 과정에서 박민규가 사용한 팻감을 절묘하게 활용하며 단번에 우위를 확보한 것.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안성준이 특유의 스타일로 완승을 거뒀다. '기세가 좋은 바둑' 안성준의 활약으로 울산 고려아연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 6연승 질주 중 지난 경기에서 김명훈(정관장)에게 일격을 당했던 안성준이 '기세'의 바둑으로 다시 승점을 쌓았다. 시즌 8승 3패.
4국 영림프라임창호 송지훈(3지명) vs 울산 고려아연 류민형(3지명) vs
송지훈, 206수 백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2-2 울산 고려아연
최강의 3지명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절대 지존' 신진서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6승(1패)으로 맹활약 중인 류민형, 그리고 3지명 가운데 최다승인 7승(3패)을 올리고 있는 송지훈이 맞붙었다.
바둑은 초반부터 힘 대결 양상. 중반까지 균형을 이뤘던 승부의 추는 우하귀 싸움이 일단락되면서 송지훈에게 기울었다. 뒤늦게 류민형이 승부수를 던지며 반격을 노렸지만, 송지훈이 역공을 펼치며 불계승으로 마무리했다. 2-2 동점, 최종국 승부가 성사됐다.
▲ 막판 떨리는 순간에도 정확한 수읽기로 류민형(울산 고려아연)을 무너뜨린 '힘 지훈' 송지훈(영림프라임창호)이 시즌 8승 3패로 다승 2위 그룹에 합류했다.
5국 울산 고려아연 한태희(5지명) vs 영림프라임창호 오병우(5지명)
한태희, 188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3-2 영림프라임창호
최종국은 5지명 맞대결이다. 오병우는 승리 없이 5패만 기록하며 힘든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반면, 한태희(3승 6패)는 5지명임에도 3·4지명 동료보다 출전 횟수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한편 이번 시즌 최종국 성적만 놓고 보면 울산 고려아연 5전 전승, 영림 3승 1패로 '풀세트의 강자'들이다. 양 팀의 순위가 걸린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단판 승부다.
초반 감각이 좋은 오병우가 노련한 한태희를 상대로 대등하게 맞섰다. 그러나 중반 이후 대세점을 차지한 한태희가 실리에서 줄곧 앞서나간 끝에 불계승을 거뒀다. 매 경기 초읽기에 몰리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오병우는 이날도 마수걸이 승리에 실패했다. 한태희의 값진 결승점으로 울산 고려아연이 9연승 대기록을 완성했다.
▲ 바둑리그 통산 71승을 올린 전통의 강자 한태희(울산 고려아연)가 팀 9연승 대기록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장 안성준이 흔들려도, '믿을 맨' 류민형이 져도 이기는 울산 고려아연이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하며 연승 행진의 숫자를 '9'로 늘렸다. 바둑리그 역대 최다 연승인 정관장의 11연승(2016~2017 시즌) 타이 기록에 2승만을 남겼다. 울산 고려아연의 다음 13라운드 상대는 변상일과 강유택의 한옥마을 전주다.
23일(금) 12라운드 2경기는 4위 한옥마을 전주와 5위 수려한 합천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 자리를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옥마을 전주는 1지명 변상일을, 수려한 합천은 2지명 이창석을 선발로 내세웠다. 상대 전적은 변상일이 7승 4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고, 바둑리그에서는 9년 만의 대결이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강승민의 2국을 검토하고 있는 영림프라임창호 선수단의 시선이 일제히 모니터에 쏠렸다. 팀의 패배로 주장 강동윤의 승리 공식마저 깨졌다.
▲ '기세'가 좋은 울산 고려아연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기립' 검토하는 모습을 종종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