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자 인터뷰에서 안성준(왼쪽)은 "매 판 둘 때마다 팀원들과 같이 있는 것이 즐거워서 바둑리그가 기다려진다"며 팀 분위기를 전했고, 최재영은 "그동안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앞으로 최대한 이기면서 남은 빚을 갚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울산 고려아연이 7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원익을 바짝 추격했다. 10일(토)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수려한 합천을 3-1로 제압했다.
2022년 창단한 울산 고려아연은 2023-2024 시즌 정상에 오른 신흥 강호다. 올 시즌 개막 3연패로 부진한 출발을 보였는데, 4라운드부터 연승에 시동을 걸더니 최하위였던 순위를 단숨에 2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8라운드에서 5연승으로 창단 후 최다 연승 기록을 경신했고, 이날 경기는 7연승 대기록 도전이었다.
▲ 돌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 속에 울산 고려아연과 수려한 합천의 경기가 막을 올렸다.
1국 울산 고려아연 안성준(1지명) vs 수려한 합천 신민준(1지명)
안성준, 138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1-0 수려한 합천
나란히 6승을 기록 중인 주장들의 맞대결이다. 안성준은 5라운드부터 강동윤ㆍ박정환ㆍ변상일ㆍ쉬하오훙ㆍ나현 등 상대 팀 에이스들을 잇따라 저격했다. 반면 신민준은 강동윤(2패)ㆍ변상일에게 3차례 패배를 당하면서 올 시즌 1지명 상대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초반 안성준의 분주한 행마에도 신민준이 국면을 리드했다. 비세에 빠진 안성준이 상대 흑 진영에서 응수 타진에 나섰다. 이때 신민준의 결정적인 수읽기 착오가 발생했다. 신민준이 뒤늦게 중앙 백돌 사냥에 승부를 걸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안성준의 역전승으로 울산 고려아연이 선제점을 올렸다.
▲ 상대 팀 1지명과 용병을 모조리 꺾으며 개인 6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주장 안성준(울산 고려아연)
2국 울산 고려아연 한태희(5지명) vs 수려한 합천 이창석(2지명)
한태희, 292수 흑 2.5집 승. 울산 고려아연 2-0 수려한 합천
수려한 합천의 2지명 이창석(랭킹 16위)과 울산 고려아연의 5지명 한태희(랭킹 57위)의 대결. 지명과 랭킹의 체급 차이는 뚜렷하지만, 상대 전적 2승 2패로 팽팽한 대결이 예상됐다.
우상귀 전투에서 이창석이 큰 실리를 챙기며 앞서갔다. 한태희는 어쩔 수 없이 중앙 경영으로 맞서며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쌍방이 크고 작은 실수를 주고 받은 끝에 승부는 종반에 갈렸다. 미세하게 우세했던 이창석의 비마 끝내기가 뼈아픈 패착이 됐다. 결국 2.5집을 남긴 한태희의 승전보 속에 울산 고려아연이 2-0으로 달아났다.
▲ 지난 경기에서 원성진(GS칼텍스)을 꺾은 데 이어 상위 지명자들에게 연승을 거둔 5지명 한태희(울산 고려아연)
3국 수려한 합천 판인(후보) vs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4지명)
판인, 219수 흑 불계승. 수려한 합천 1-2 울산 고려아연
1ㆍ2지명의 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수려한 합천의 구원 투수로 외국인 선수 판인이 나섰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울산 고려아연은 4지명 송규상이 출전했다. 2017년 리민배에서 판인이 불계승을 거둔 이후 9년 만에 다시 만났다.
흑을 잡은 판인이 발 빠른 행마로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았다. 큰 모양을 허용한 송규상이 상대 진영에 침투해 반전을 모색했지만, 판인의 정확한 응수에 무릎을 꿇었다. 판인의 시즌 첫 승과 함께 수려한 합천이 반격에 성공했다.
▲ 중국 용병들 사이에서 '핵인싸'이자 '친한파' 판인(수려한 합천)이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4국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2지명) vs 수려한 합천 김승진(3지명)
최재영, 195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3-1 수려한 합천
4국에서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랭킹 26위)과 수려한 합천 김승진(랭킹 30위)이 맞섰다. 앞선 2국과 달리 두 선수의 지명과 랭킹은 비슷하지만, 상대 전적은 최재영이 4전 전승으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승부는 중앙 전투에서 갈렸다. 최재영은 판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한 반면, 김승진은 평소의 씩씩한 모습과 달리 움츠러든 행마로 끌려갔다. 두 선수의 상성을 반영하듯 최재영은 완력으로 상대를 압도했고, 김승진은 뭔가 홀린 듯 맥없이 무너졌다. 최재영이 울산 고려아연의 7연승 대기록을 완성했다.
▲ 김승진(수려한 합천)의 천적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이번 시즌 3승 6패를 기록한 최재영(울산 고려아연)
전반기 수려한 합천에게 당한 1-3 패배를 그대로 되갚은 울산 고려아연은 이번 시즌 모든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첫 번째 팀이 되었다. 8승으로 선두를 달리는 원익도 아직 울산 고려아연에게는 승리가 없다.
10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5승 4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는 한옥마을 전주와 영림프라임창호의 대결이다. 전주는 2지명 안정기를, 영림은 3지명 송지훈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특히 전반기 맞대결에서 0-3 영봉패의 수모를 당했던 영림이 이번에 설욕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신민준(수려한 합천)이 오는 1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제30회 LG배 결승3번기에서 이치리키 료(일본)를 상대로 5년 만이자 대회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 신민준(오른쪽 첫 번째)이 수려한 합천 검토실에서 자신의 바둑을 스마트폰으로 복기하고 있다.
▲ 연승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태희가 출전한 2국을 검토하면서 함박웃음이 터진 울산 고려아연 선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