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려아연의 기세가 무섭다. 7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6라운드 4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완봉승 전문' 한옥마을 전주를 3-0 셧아웃시켰다.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두 팀이 만났다. 한옥마을 전주는 지난 경기에서 수려한 합천에게 3-0 완봉승을 거뒀고, 초반 3연패로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울산 고려아연은 최근 2연승으로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
1국 울산 고려아연 한태희(5지명) : 한옥마을 전주 박진솔(3지명)
한태희, 182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1-0 한옥마을 전주
1국 대결로 드물게 상위 지명자들이 아닌 3지명과 5지명이 맞붙었다.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박진솔 기준으로 4승 3패. 다만 초반에는 박진솔이 4연승, 최근에는 한태희가 3연승으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날 대국의 승률 그래프도 둘의 상대 전적처럼 박진솔에서 한태희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초반 불리하게 출발한 한태희가 자신의 진영에 침투한 대마를 포획하며 승세를 굳혔다. 한태희는 시즌 첫 승과 함께 팀에게 귀중한 선제점을 안겼다.
▲ 불과 8명을 뽑는 바둑리그 선발전은 최소 6~7승을 거둬야 하는 좁은 문이다. 그 좁은 문을 3년 연속으로 통과한 '실력자' 한태희가 4전 5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2국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4지명) : 한옥마을 전주 한상조(4지명)
송규상, 203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2-0 한옥마을 전주
2국에서도 양 팀 감독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역시 상위 지명자가 아닌, 시즌 성적 1승 2패를 기록하고 있는 4지명 선수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상대 전적(3승 1패)과 랭킹에서 모두 앞서 있는 송규상이 일찌감치 잡은 승기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한상조는 초반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울산 고려아연이 4·5지명 선수들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 카메라를 향한 승리의 V자 세레모니, 유쾌한 승자 인터뷰 등 대국장 밖에서도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준 송규상
3국 울산 고려아연 안성준(1지명) : 한옥마을 전주 변상일(1지명)
안성준, 176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3-0 한옥마을 전주
막판에 몰린 한옥마을 전주 양건 감독과 한결 여유가 생긴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의 선택은 모두 1지명자였다. 감독들의 동상이몽 속에 주장전 대결이 성사됐다.
상대 전적은 변상일이 8승 6패로 우세하지만, 최근에는 안성준이 4연승을 거두고 있다. 앞선 1국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국도 안성준이 자신의 상승세를 결과로 만들어냈다. 중반 들어 전세를 뒤집은 안성준이 빈틈없는 끝내기로 경기를 매조졌다. 이번 시즌 5연승을 달리는 동안 완벽한 바둑을 선보였던 변상일은 난조 속에 맥없이 무너졌다. 울산 고려아연이 한 판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끝냈다.
▲ 주장전 대결에서 시즌 5연승 중인 변상일에게 첫 패배를 안기고 팀 승리를 확정지은 안성준
3승 가운데 완봉승이 두 차례나 포함되어 있는 한옥마을 전주를 상대로 울산 고려아연이 완봉승을 거뒀다. 1국과 2국에서 나란히 하위 지명자를 출전시켜 승기를 잡았고, 주장 안성준이 기세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의 오더 전략이 빛을 발했다.
5라운드를 마친 결과, 원익이 5승 1패로 단독 선두에 나선 가운데, 중위권 팀들이 물고 물리는 혼전 속에 무려 6개 팀이 3승 3패 동률을 이뤘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예상되는 7라운드는 오는 11일 원익과 울산 고려아연의 경기로 재개된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년 2월까지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항상 깔끔한 한옥마을 전주 검토실. 유니폼 위에 재킷을 착용하고, 간식거리를 가지런히 정돈한 후, 노트북 옆자리에 앉는 것이 양건 감독의 매 경기 루틴이다.
▲ 주장 변상일의 3국을 검토하고 있는 한옥마을 전주 선수단
▲ 선제점을 가져온 한태희(왼쪽 세 번째)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울산 고려아연 검토실
▲ 3국을 마친 후, 양 팀의 선수들과 양건 감독이 함께 복기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