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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 티브로드, 개막전 승리
김정현 결승점으로 신안천일염에 3-2 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05-19 오전 2:52:36
▲ '이것이 승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써온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18일 저녁 디펜딩 챔피언 티브로드와 신안천일염의 개막전으로 열다섯 번째 시즌의 문을 열었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1경기
관심을 모은 사제대결에선 이세돌이 신민준에 불계승


성하(盛夏)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18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7개월간의 장도에 올랐다. 출범 15년째를 맞은 올해도 지난 시즌의 9개팀 그대로 참가해 총 18라운드 72경기 360국에 이르는 정규시즌, 이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상위 다섯 팀이 겨루는 포스트시즌으로 2017 시즌을 뜨겁게 수놓는다.

개막전 대진은 은근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두 팀의 대결로 짜였다. 지난 시즌 KB리그 3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후 올해 '새출발'을 선언한 티브로드와 이세돌-조한승-목진석으로 이어지는 30대 트리오를 그대로 보유한 신안천일염의 대결. 한 해의 농사를 가늠하는 시금석 같은 일전에서 티브로드가 선취점을 빼앗긴 후의 3-2 역전극으로 안도의 첫 걸음을 뗐다.

시즌 첫승의 주역은 이세돌이었다. 관심이 집중된 사제대결(3국)에서 적으로 만난 제자 신민준을 155수 만에 불계로 물리치며 '아직은'을 외쳤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티브로드의 2지명으로 전격 이적한 신민준(랭킹 16위)은 그 어느 때 보다 '보은(報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스승의 벽을 넘지 못하고 3패째를 당했다. 상변 치중부터 시작해 좌변 흑 대마를 압박해 가는 폭 넓은 반면 운영을 펼쳤으나 이세돌의 눈부신 타개 앞에서 빛을 잃었다.

▲ 계속 한솥밥을 먹다가 처음 적으로 만난 사제간의 대결. 피차 긴장했던지 승부가 끝난 뒤에도 어색한 시간이 이어졌다.

개별 승부에선 예상 밖으로 단명국이 속출했다. 위의 이세돌-신민준 전에 이어 2국의 류민형이 신안천일염의 새내기 심재익을 상대로 137수 만에 불계승. 그 다음엔 신안의 맏형 목진석이 복수라도 하듯 류수항의 대마를 잡고 147수 만에 판을 끝내는 등 세 판 연달아 일방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 제2국. 입단 3개월차의 새내기 심재익(왼쪽. 신안천일염 5지명)은 리그 배테랑 류민형의 완력에 속절없이 밀렸다. 이희성 해설자는 "아무래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결승점은 맨 마지막에 끝난 4국의 김정현에게서 나왔다. 이번 시즌 이상훈 감독의 기대 속에 티브로드에 새 둥지를 튼 김정현은 불리한 흐름의 바둑을 견디고 견뎌 조한승으로 부터 2집반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우세를 구축한 후 상변 흑 대마를 모질게 몰아붙이지 않은 조한승의 낙관이 아쉬운 팀 패배를 불렀다.

▲ 제4국. 조한승의 두터움에 밀려 중반 내내 고전하던 김정현(오른쪽)이 끝내기에서 판을 뒤집었다(306수 흑 2집반승).

박정환, 이동훈, 강유택 등 3연속 통합 우승을 이뤘던 주역 5명을 모두 내주고 완전 다른 팀이 돼 출발한 티브로드는 개막전에서 박빙의 승리를 안으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 시즌 고생할 각오가 돼있다."던 이상훈 감독의 얼굴에도 안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과 새 주장 강동윤의 승리 인터뷰.
(이상훈 감독)
"김정현-조한승 판을 승부판으로 봤는데 좋지 않은 흐름의 바둑을 이겼다. 운이 따른 것 같다." "우리 팀엔 지난해 부진했던 선수들이 많은데 뒷받침을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이다."
(강동윤)
"(한상훈과의 판이)너무 어려워서 이기기 힘들었다. 개인 성적엔 큰 욕심이 없고 팀이 잘 되는 게 우선이다."

또 업그레이드 된 리그! 바둑TV의 새로운 시도 눈길

한편 지난 시즌 디지털 계시기의 도입과 국가대표의 실시간 판정으로 업그레이드 된 화면을 선보였던 바둑TV는 이번 시즌에도 새로운 내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경기 전 오늘 벌어질 다섯 판의 관전 포인트를 흥미롭게 제시하는 시간을 마련했는가 하면, 경기 중에는 6대4, 7대3 하는 식으로 계속 실시간 형세를 노출해 시청자들이 한 눈에 누가 우세한지를 알 수 있게 했다.

▲ 경기 전 리포터가 오늘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고 있다(바둑TV 화면).

▲ 실시간 형세 판단이 화면에 상시 노출돼 바둑을 모르더라도 쉽게 형세를 알 수 있게 했다.

19일엔 정관장 황진단과 BGF리테일CU가 1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진솔-이동훈, 이창호-허영호, 한승주-진시영, 김명훈-최정, 신진서-이지현(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제5국. '목파고'라는 별병 답게 흑으로 삼삼과 외목의 이색 포진을 들고 나와 완승을 거둔 목진석(오른쪽).

▲제1국(장고). 최근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강동윤은 올 3월에 제대한 한상훈을 상대로 어렵지만 값진 승리를 거뒀다(192수 백 불계승).

▲박정환이 안 보이는 티브로드팀. 강동윤의 어깨가 말할 수 없이 무거워졌다.

▲팀의 아이콘과 같았던 신민준과 이호범을 포기한 대신 군에서 복귀한 한상훈과 신인 심재익을 영입한 신안천일염. 아무래도 하향세인 30대 트리오를 이들이 커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찰떡 호흡으로 개막전 중계를 이끈 최유진 캐스터와 이희성 해설위원 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