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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은 져줄테니 맥주나 하러가지'
포스코켐텍, 한국물가정보 누르고 정규시즌 우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10-17 오전 4:52:16
▲ 5라운드까지 최하위에 머물다 10연승 행진을 펼친 포스코켐텍이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지으며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진은 포스코켐텍 4지명 윤찬희(오른쪽)가 한태희를 물리치고 팀 승리를 결정 짓는 장면.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4경기
포스코켐텍, 10연승 질주하며 정규시즌 우승

"오,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되는 걸 흐흐흐(올해는 떼논 당상?)"
(그러다 화제를 돌려)"아, 근데 이 동네 모텔들은 왜 이리 잘되는 거예요. 대전 가는 막차 놓쳐서 가보면 방이 없는 거예요, 방이."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였지만 막상 우승이 확정되자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의 입에서 그동안 참았던 너스레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올 시즌 무적의 연승 행진을 펼치고 있는 포스코켐텍이 대망의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포스코켐텍은 16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4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를 4-1로 꺾고 1위를 확정 지었다.

최종 전적은 11승4패. 남은 티브로드와의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2위팀을 한 게임 차로 따돌리며 6개월간 18라운드의 대장정을 벌인 정규시즌의 우승 축배를 들었다. 1위를 차지한 포스코켐텍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직행, 플레이오프 승리팀과 2016 시즌의 최종 패권을 다툰다.


▲ "오, 이건 또 누군가".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김성룡 감독은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를 읽느라 바빴다. 그러다가 "어, 최규병 감독님도 보내오셨네" 하더니 "그나저나 SK엔크린이 티브로드를 잡아줘야 우리가 편할텐데 만만치 않겠지요(?)" 라는 걱정을 늘어놓았다.


혹시 물가정보표 고춧가루 폭탄을 맞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기우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팀 승리에 필요한 3승이 순풍에 돛단 듯 이어졌다. 주장 최철한이 선취점을, 변상일이 추가점을, 윤찬희가 결승점을 올렸다(포스코켐텍 3-0 한국물가정보). 후반 속기전에서 나현이 상대 주장 원성진에게 한 칼을 맞았지만, 5지명 류수항이 승점을 추가한 포스코켐텍은 4-1 대승으로 팀 10연승과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 "한 판은 져줄테니 맥주나 한잔 하러가지". 일찌감치 팀 승리를 안은 김성룡 감독(사진 뒤)이 옆방으로 건너와 농을 하자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과 선수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김성룡 감독 "티브로드의 3연패는 막아야 겠다"

포스코켐텍의 정규시즌 1위는 2011년 창단 이후 5년 만이다. 당시(포스코LED) 창단 첫해에 챔피언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 후 이듬해엔 4위로 마감했고, 2013~2015시즌엔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전반기를 4승 4패로 평범하게 마감했던 포스코켐텍은 후반기 들어 '리그의 제왕'이 됐다. 거침없는 6연승으로 정관장 황진단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을 연패로 시작했고 5라운드까지 1승 4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이라곤 믿기지 않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였다.

나아가 정관장 황진단도 깨지 못한 팀 8연승의 역대 최고 기록(2008년 영남일보가 세웠다)을 포스코켐텍은 지난 라운드에서 가볍게 넘어섰다. 또 이날은 10연승으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움과 동시에 추가 연승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성룡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는 질 것 같지 않더라'라는 말과 함께 "연승 기록을 생각해서라도 남은 티브로드와의 경기 때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드라마틱했던 올 시즌의 소회를 말하는 김성룡 감독.

"(많이 기쁠 것 같다) 전에 우승할 때는 별로 어렵지가 않았는데 올해는 시작이 너무 안 좋아 힘들었다. 술도 많이 마셨다."
"(10연승을 했는데) 후반에 윤찬희가 살아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속기는 좀 불안해 보여 장고판에 집중 배치했는데 센 선수들을 상대로 성적이 좋았다"
"(가장 고마운 선수가 있다면) 변상일이다. 이번에 오카게배 출전이 예정돼 있었는데 팀의 우승을 위해 포기했다. 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독 입장에선 고마울 수밖에 없다."
"(어느 팀이 올라오길 바라는가) 일단 티브로드의 3연패는 막아야 겠다. 솔직히 올 시즌은 다른 팀들의 주전이 많이 빠진 덕을 봤는데, 포스트시즌엔 그런 게 없으니 정관장 황진단이나 SK엔크린이나 다들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티브로드 VS SK엔크린 11월 3일 준플레이오프 대결

한편 포스코켐텍이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 지으면서 2위 정관장 황진단은 플레이오프 직행, 3위 또는 4위의 티브로드와 SK엔크린은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자동 결정됐다(티브로드와 SK엔크린은 남은 경기를 5-0으로 이겨도 개인 승수에서 정관장 황진단을 따라잡지 못한다). 따라서 최종 18라운드는 온전히 순위 결정전의 성격만 띠게 되며, 모두가 기다리는 '가을잔치'는 11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단판으로 치러지는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챔피언 가리기에 들어간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의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최대 관심판이었던 양 팀 에이스 대결에선 한국물가정보 주장 원성진(왼쪽)이 나현을 불계로 제압하고 자존심을 지켰다. 아픈 패배를 당한 나현은 11승(2패)에 머물면서 신진서(13승1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공동 다승왕) 꿈이 사그러들었다.












▲ 제2국. 올 시즌 최악의 슬럼프에 빠진 박승화(오른쪽)가 최철한을 상대로 사력을 다했으나 힘이 부쳤다. 최철한은 최근 3연승과 더불어 9승5패로 시즌 초반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냈다. 반면 후반 들어 4경기나 오더에서 제외됐던 박승화는 3승9패를 기록.



▲ 제3국. 이날 경기의 최대 승부처로 지목된 대결에서 변상일(오른쪽)이 백홍석에게 흑 2집반승을 거뒀다. 만만치 않은 백의 두터움을 소리소문 없이 무력화시키는 장면에선 반대편 한국물가정보에서 조차 "잘 둔다" "바둑이 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 개막식 때 한종진 감독이 "올해 성적이 나쁘면 옷을 벗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던 한국물가정보. 11라운드까지만 해도 5승5패로 4위권을 유지했으나, 이후 정관장 황진단에게 영봉패를 당하면서 급격히 하위권으로 밀려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