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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이런 수는 처음'
이영구, 이세돌 격파...신안천일염 최하위 확정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10-15 오전 4:03:01
▲ 관심을 모은 양 팀 1지명 맞대결에서 이영구(29.랭킹 13위)가 이세돌(33. 랭킹 2위)의 대마를 잡고 승리했다. 이세돌에게 상대 전적 6승5패의 우위를 점하고 있던 이영구는 초반 의표를 찌른 신수까지 선보이며 7승5패로 격차를 벌려나갔다.

2016 KB국민은행바둑리그 17라운드 2경기
신안천일염, 화성시코리요에 1-4 패...최하위 확정

"살다 살다 이런 수는 처음 보네요."

"이런 데서도 신수가 나오는 걸 보니 바둑의 오묘함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양 팀 1지명 맞대결에서 이영구가 이세돌을 상대로 기상천외한 수를 선보이자 프로 23년차인 김만수 해설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참고도 1>의 흑4 이단젖힘이 그것. 바둑 10급이 뒀다면 모를까, 배테랑급 일류의 손에서 이런 수가 등장하자 양 팀 검토실 또한 몹시 소란스러워졌다. 화성시코리요 이정우 감독에게 물어보니 "저는 도통 의미를 모르겠네요"라며 난감해하는 표정.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인터넷에서 누가 둔 것 아닐까요" 라고 반문하며 이 수의 저의가 다들 궁금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영구 ○이세돌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2경기 4국

<참고도 1> 우상귀 백1로 붙인 다음 3은 이런 형태에서 상용 수단. 이 때 보통은 가로 잇는 것인데 상상도 할 수 없는 흑4가 반상에 떨어졌다. 상대인 이세돌 9단도 처음엔 '이게 뭐지'하는 표정이었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리며 숙고에 들어갔다.



▲ 이 수가 놓였을 때 프로들의 반응이다. 왼쪽부터 박정상 김정현 홍성지 이정우 감독 조한승의 순. 기상천외한 신수를 대하는 다섯 명의 표정이 성격에 따라 제각각인 것이 재밌다.



▲ <실전 진행> 이세돌은 고민 끝에 백1로 끊은 다음 3으로 잇는 평범한 답을 내놨다. 이렇게 된 이상 백13까지는 일사천리의 진행. 그렇다면 흑의 신수가 기대한 효과는 무엇일까(양쪽 검토실에서는 '뭐 별거 없잖아' 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김만수 해설자는 "이영구 선수가 판의 범위를 좁히고자 의도적으로 둔 것 같다"며 "이세돌을 이기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두텁게 힘을 비축한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이 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 이영구는 이세돌의 현란한 스텝을 참고 견디다 중앙에서 '묵직한 한방'으로 거대한 백 대마를 잡았다. 초반에 느린 듯 힘을 비축해 둔 것이 중반 들어 태산 같은 위력을 발휘한 장면. 이영구만이 아는 이세돌 타파법이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기도 했다(205수 이영구 흑 불계승).


어느 쪽이든 지는 쪽이 최하위가 되는 팀 승부에선 8위 화성시코리요가 9위 신안천일염에 4-1 대승을 거뒀다. 김정현이 조한승을 상대로 역전 선제점을 올린 다음 노장 안조영과 퓨처스 선수 박하민의 승리가 스트레이트로 이어졌다(화성시코리요 3-0 신안천일염). 후반 속기전에서 주장 이세돌마저 패하며 0-4로 밀린 신안천일염은 최종국에서 신민준이 홍성지를 꺾으며 영패를 막아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 공배를 제외하고 장장 320수에 달하는 공방전이 펼쳐졌던 2국. 체감상으론 조한승이 줄곧 유리해 보였으나 형세는 막상 만만치 않았다. 전진속공형의 김정현(오른쪽)이 끝내기에서 승부를 보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흑 4집반승.


꼴찌 탈출의 마지막 기회를 놓친 신안천일염은 4승 11패가 되며 시즌 최하위를 확정 지었다. 전기 준우승팀이며 2013년에는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던 명문팀의 몰락. 이상훈 감독과 이세돌 형제만이 자리를 지킨 검토실엔 스산한 기운마저 돌았다.


▲ 이번 시즌 티브로드와 더불어 주전 5명을 그대로 보유한 채 출발했던 신안천일염. 하지만 이세돌이 네 차례의 결장에 반타작이 안 되는 5승6패의 성적을 거둔 데다, 다른 주전들도 동반 침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즌 내내 하위권를 벗어나지 못했다.


15일엔 나란히 6슬8패를 기록 중인 7위 Kixx와 6위 BGF리테일CU가 17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허영호-이원영,윤준상-최정,김기용-홍무진,최재영-강동윤,김지석-류민형(이상 앞이 Kixx).

전반기에 최정에게 패한 후 머리를 밀기도 했던 윤준상이 재대결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심사. 지난 경기를 결장하고 중국리그에 출전해 10승 고지를 밟은 김지석의 심기일전한 모습도 기대가 된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장고대국(1국). 박정상과 목진석, 두 선배의 양보로 공히 두 번째 출전 기회를 얻은 퓨처스 선수 박하민(왼쪽)과 박현수. 신인왕전 준우승 경력의 박하민이 1집반차로 박현수를 따돌리고 3-0 팀 승리를 결정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