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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승'.. 킥스, 16년 만에 정상에
정관장천녹에 1,2차전 모두 승리...김영환 감독 "내년에도 이 멤버 그대로 가겠다"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23-06-26 오전 3:59:12
▲ '기적'이나 '드라마' 같은 단어 없이는 표현할 수 없는 우승이었다. 최강 원톱 신진서 9단을 데려온 킥스가 16년 만에 KB리그 정상에 올랐다.

2022-2023 KB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신진서 얻은 킥스, 16년 만에 두 번째 정상


같은 팀이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기적처럼 간신히, 막차로 포스트시즌에 합류한 킥스가 정규시즌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기세의 폭풍을 일으키며 2022-2023시즌을 제패했다.

킥스는 25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정관장천녹에 3-1로 승리, 시리즈 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 킥스는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네 경기 연속 사실상 같은 오더로 전승을 거뒀다.

정관장천녹과의 챔피언결정전은 앞선 플레이오프전의 데자뷔였다. 난가리그 1위팀 한국물가정보가 신진서 9단을 의식하다가 패한 전철을 정관장천녹 또한 그대로 밟았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신진서 9단과의 맞대결을 피해 변상일 9단을 뒤로 뺐다가 써보지도 못하고 0-3으로 패했던 정관장천녹은 2차전에서 변상일 9단을 전위에 내세웠으나 이번엔 신진서 9단을 만나면서 힘을 쓰지 못했다.

▲ 신진서 9단이 이번 시즌 처음 마주한 변상일 9단을 상대로 포스트시즌 20연승에 성공했다. 상대전적은 8연승과 함께 32승8패.

반면 선수선발식에서 신진서 9단을 뽑는 행운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킥스는 신진서 9단을 앞세워 16년 만에 KB리그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킥스는 속된 말로 정규시즌 내내 비실댔다. 신진서 9단의 1승(또는 2승)이 거의 보장된 상태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후미에 처져있던 킥스는 대만팀이 경쟁팀을 잡아주고 마지막 경기에서 난가리그 1위 한국물가정보를 4-0으로 꺾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 하루 만의 리턴매치에서 권효진 6단(왼쪽)이 전날의 코스를 다시 밟았다. 잘 두어 가다가 갑자기 망했다. 김승재 9단이 연승.

포스트시즌의 킥스는 180도 달라졌다. 준플레이오프전에서 셀트리온에 1차전을 내주고 승리한 다음부터 기세가 매서워졌다. 신진서 9단은 정규시즌 20승2패로 다승왕을 차지한 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8전 전승으로 무적의 위용을 떨쳤다.

여기에 정규시즌에서 1승9패로 부진했던 3지명 김승재 9단과 2승5패로 부진했던 김창훈 6단이 포스트시즌에서 각각 4승2패(2패 후 4연승)와 4승2패로 다른 사람이 됐다. 2차전의 마지막을 장식한 주인공이 정규시즌 6승11패, 포스트시즌 들어 1승2패에 머물러 있던 맏형 박진솔 9단이란 것도 묘한 감동의 결말로 다가왔다.

▲ 이번 시즌을 마감한 최종국에서 박진솔 9단(오른쪽)이 홍성지 9단을 꺾고 킥스 우승을 결정했다.

킥스의 우승은 창단 첫 해인 2006시즌에 이어 두 번째다. 킥스에서 11년간 지휘봉을 잡고 있고, 감독 생활 15년차인 김영환 감독은 첫 우승 감격으로 목이 메었다.

"챔피언결정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떨리지 않았는데 우승을 결정짓고 나니까 벌써 목이 잠긴다"고 한 김영환 감독은 "정규시즌에서 부진한 선수들을 어떻게 회복시키냐가 중요했는데 감자기 살아난 이유는 모르겠다. 스스로 잘해 주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 "내년에도 이 멤버 그대로 팀을 꾸리겠다"는 김영환 감독. 신진서 9단은 "형들이 포스트시즌에서 100% 만회하셨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부터 마음가짐을 다잡은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 같다. 사실 심하게 부진했던 게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다"라고 인터뷰했다.

2022-2023 KB바둑리그는 사상 최대 12팀이 양대리그로 경쟁한 정규시즌에 이어 각 리그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각 리그 1위가 벌이는 챔피언결정전으로 최종 순위를 다퉜다.

포스트시즌의 매 단계는 3전2선승제. 저녁 7시에 1~3국을 동시 시작하며 이 결과에 따라 4국과 5국의 속행 여부가 정해진다. 상금은 1위 2억5000만원, 2위 1억원, PO 탈락팀 4000만원, 준PO 탈락팀 2000만원.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기적 같은 드라마를 완성한 킥스 검토실. 중계석의 류승희 캐스터는 "감동과 여운이 진하게 남는 아름다운 우승"이라고 했다.

▲ 정관장천녹은 정규시즌 때 보여 주었던 압도적 모습이 챔피언결정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한겨울에 시작했던 바둑리그가 봄을 지나 여름의 초입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치른 경기 수는 25주 동안 총 109경기에 447국.

▲ 시상식은 다음 달 24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