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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지금 순위대로 올라갔으면..."
티브로드 '8승' 안착...사실상 PS행 확정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10-01 오전 6:47:11
▲ '박정환 있을 때 끝내자'는 티브로드의 염원이 마침내 이뤄졌다. 박정환이 장고대국에서 류민형을 꺾고 결정적 우위를 확보한 티브로드는 BGF리테일을 물리치고 4연승, 사실상 포스트시즌행을 확정 지었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5라운드 2경기
4위 굳힌 티브로드, 남은 건 순위 싸움

상위 세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굳어진 가운데 마지막 한 장의 티켓에 도전했던 티브로드의 집념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티브로드는 25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5라운드 2경기에서 BGF리테일CU를 물리치고 4연승을 달렸다.

지난 경기에서 7승째를 확보하며 '4강 굳히기'에 나선 티브로드다. 이날 BGF리테일CU와의 경기는 그 목표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이후의 순위 싸움을 내다볼 수 있는 마지막 관문과도 같았다.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의 마지노선인 8승을 향해 티브로드는 달려왔고, 무엇보다 박정환이 있을 때 그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그 의도한 바가 모두 이뤄졌다.

4강 티켓을 눈 앞에 둔 끝자락 승부에선 행운도 따랐다. 상대인 BGF리테일CU의 주장 강동윤이 농심배 1차전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오더에서 제외된 것. 같은 대표 선수를 보유한 마당에 티브로드도 남몰라 할 수 없어 이동훈을 양보했지만 밑질 게 전혀 없는 차출이었다.

김승재의 기선 제압을 시작으로 박정환,강유택이 차례로 승리하며 일찌감치 3-1로 승부를 끝냈다. BGF리테일CU는 와중에 최정이 김동호를 꺾은 선전이 무위로 돌아갔고, 승부가 끝난 다음 이지현이 한 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 김승재(왼쪽)는 전반기 2승6패였던 시계를 후반기 6연승으로 돌려놓았다. BGF리테일CU는 강동윤의 대타로 퓨처스 선수 이창석을 내세웠지만 일찌감치 판을 그르치며 실패로 돌아갔다.


한 때 8위까지 떨어지는 등 하위권을 맴돌았던 티브로드는 12라운드부터 4연승을 거두는 저력으로 사실상 포스트시즌행을 확정 지었다. 8승6패의 티브로드가 남은 두 경기를 지고, 5위(5승7패)의 화성시코리요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순위가 뒤바뀔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희박한 확률이다.

티브로드의 이 같은 상승 동력엔 에이스 박정환과 부활한 김승재의 힘이 크다. 박정환은 후반기 들어서도 세계대회 일정으로 두 경기를 결장했지만 그가 출전한 네 경기에서 자신도 팀도 전승을 거뒀다. 또 김승재는 전반기 2승6패의 부진을 씻고 후반기 6연승 중이다.


▲ 전반기에 이어 다시 만난 두 기사. 강유택(오른쪽)이 또 한번 이원영을 제압한 것이 귀중한 결승점이 됐다. 이번 시즌 팀의 리딩 히터로 활약하고 있는 강유택은 9승5패를 기록하며 다승 5위에 랭크됐다.


박정환, '더블 헤더' 부담 벗을까

4강 싸움을 사실상 끝낸 티브로드는 박정환과 연관된 추후 일정에 대해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15라운드를 마친 티브로드에게 남은 경기는 16라운드와 18라운드 둘 뿐(17라운드는 휴번이다). 이 중 박정환은 응씨배 결승전(3~5국)과 겹치는 18라운드에 출전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삼성화재배 8강전과 겹치는 팀의 16라운드 경기(10월 6일)하나다.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목매어 있던 지난 주까지는 어떻게든 박정환을 저녁 리그에 출전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이제 와선 재고해 볼 여지가 생겼다. 박정환 본인이 두겠다고 고집하면 몰라도 반드시 그래야 할 당위성은 사라진 상태. 박정환 역시 변화된 상황을 의식한 듯 승리 인터뷰에서 "지금 순위대로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해 남은 순위 싸움에 욕심내지 않고 세계대회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승리 후 마이크를 잡은 박정환과 김승재

(박정환)"(어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왔으면 좋겠나) 지금 순위대로 올라왔으면 좋겠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기만 하면 만족이란 얘긴가) 음..."

(김승재)"초반 6연패에서 지금은 6연승이다. 어떤 차이가 있나) 똑 같다. 이기다 보니까 좋아진 것이다." "(헤어스타일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하하, 정답에 가깝다"(*김승재는 전반기에 연패를 거듭하자 머리를 삭발했었다).



▲ 잦은 해외 스케쥴과 환절기 탓에 몸살이라도 난 것일까. 이례적으로 흰색 상의를 유니폼 위에 걸치고 대국한 박정환.
이소용 캐스터는 인터뷰 말미에 "척 보기에 살이 많이 빠졌다.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럼에도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고 정신력을 높이 사면서도 건강이 염려된다는 반응.


'인파이터' 최정, 진면목 발휘

한편 관심을 모은 최정-김동호의 대국에선 최정이 엄청난 대마사냥에 성공하며 204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초반 포석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최정은 이날도 출발이 좋지 않았으나 장기인 중반 전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대마 수상전을 벌인 끝에 김동호의 항서를 받아냈다. 최근 이창호 9단에게 연패를 당해 의기소침해 있던 최정은 시즌 3승째(5패)를 수확하며 자신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 최정의 랭킹은 54위이고 김동호는 49위. 대국 전 상대 전적에서도 김동호가 3승1패로 앞서 있었으나 결과는 최정의 KO승이었다.
"이렇게 큰 대마 수상전은 처음이다", "최정의 수읽기 능력에 두손 두 발 다 들었다" 등등 연신 감탄을 토해내던 김만수 해설자는 "앞으로 최정과 대마 싸움을 하는 기사들은 많이 떨릴 것"이라는 말로 큰 박수를 대신했다.


주말인 10월 1일엔 2위(9승4패) 정관장 황진단과 최하위(3승9패) 신안천일염이 15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이창호-신민준,신진서-이호범,한승주-조한승,박진솔-목진석,김명훈-이세돌(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전인미답의 11연승 행진을 펼치고 있는 신진서가 이호범을 상대로 또 한 번의 기록을 경신할지가 관심사. 2위와 최하위팀의 대결이라곤 하지만 대진이 만만치 않아 정관장 황진단으로서도 전력을 기울여야 할 대결로 보인다. 양 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정관장 황진단이 3-2로 이긴 바 있으며, 동일 대국자간 리턴매치는 없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 원, 패자는 60만 원을 받는다.








▲ 모든 팀의 경원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에 모습을 드러낸 티브로드. 박정환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경쟁팀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 후반 들어 예기치 않은 4연패를 당한 BGF리테일CU. 신생팀으로 보기 드문 파이팅과 활력 넘치는 팀 분위기를 보여줬으나, 5승8패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