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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이동훈 꺾고 9연승
정관장 황진단은 티브로드에 덜미...7연승 행진 마감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08-22 오전 6:41:33
▲ 관심을 모은 차세대 주자간의 첫 공식 대결에서 랭킹 3위 신진서(16. 정관장 황진단 1지명)가 6위 이동훈(18. 티브로드 2지명)을 꺾고 시즌 9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팀은 3-2로 패하며 7연승 행진이 마감됐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4경기
정관장 황진단, 티브로드에 3-2 패...7연승에서 스톱

7연승을 질주하며 무적처럼 보이던 정관장 황진단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티브로드에 덜미가 잡혔다.

정관장 황진단은 21일 저녁 바둑TV 스튜지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에서 티브로드에 3-2로 패했다. 같은 팀에게 시즌 개막전에서 패한 다음 후반기 첫 경기에서 또 패배다. 이날 패배로 2라운드부터 이어온 연승 행진도 7경기에서 종지부를 찍게 됐다. 리그 선두 자리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정관장 황진단으로선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반면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티브로드는 후반기 첫 경기에서 대어를 낚으며 희망을 쐈다. 리그 최강팀을 전후반기 연속 제압하며 디펜딩 챔프의 위신을 세웠음은 물론, 4승의 중위권 대열에 합류하며 3연속 우승의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 티브로드는 전반기 2승6패로 부진했던 김승재가 후반기 첫승을 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김명훈과의 3지명 맞대결에서 멋지게 타개에 성공한 다음 대마를 잡는 등 내용도 압도적이었다.


전반기에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티브로드를 상대로 정관장 황진단은 부진한 4지명 한승주를 불러들이는 등 모처럼 주전 전원이 싸우는 태세를 취했다. 8연승을 달리고 있는 주장 신진서를 이번 시즌 처음 장고대국에 배치한 것에서도 결전의 의지가 읽혀졌다.

하지만 이런 고심에도 불구하고 대진이 신통치 않았다. 경기 전 오프닝에서 이희성 해설자가 "정관장 황진단은 장고대국 포함 1~3국에서 무조건 2승을 거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힘들어 보인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할 정도였다.

다른 팀을 상대해선 오더의 유불리 따윈 걱정하지 않았던 정관장 황진단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해설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김영삼 감독과 선수들은 미리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전반기에 신진서가 박정환을 꺾었음에도 패한 팀 아닌가.

정관장 황진단에게 트라우마와도 같았던 이런 우려는 경기가 시작되자 곧장 현실이 됐다. 가장 먼저 끝난 2국에서 김명훈이 김승재에게 쉽게 선제점을 내줬다. 오히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3국이 희망으로 떠올랐다.

용궁을 다녀온 박정환...하마터면 박진솔에게 질 뻔

이번 시즌 '에이스 킬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박진솔이었지만 이날의 상대는 톱랭커 박정환이었다. 그동안 상대했던 1지명들과는 급이 달랐다. 이번에야 말로 김영삼 감독이 제대로 번트를 댔구나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었다.

한데 역시 부담때문이었을까. 잘 두어 가던 박정환이 큰 착각을 범하면서 형세가 갑자기 박진솔쪽으로 기울었다. 이번에야 말로 진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나, 모두가 놀라고 흥분했던 순간. 하지만 이 들뜬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골인을 눈 앞에 둔 박진솔이 결승선에서 넘어지는 것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 끝내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화면 왼쪽 하단에 '90대 10, 백(박진솔) 1집반 승리 예상'이라는 국가대표 판정단의 메시지가 떴다. 박진솔이 진짜 대박을 터뜨리는구나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순간. 한데 이 바둑이 허무하게 역전된다.



▲ 백1이 역끝내기 두집 짜리로 패착. 이 수로 4의 곳을 뒀으면 백승이었다. 역으로 흑2를 선수한 다음 4로 들여다 본 것이 승착이었다. 백5, 7은 시간 연장 수. 계속해서 흑12로 찔러가자 박진솔이 돌을 거뒀다. 다음 가로 이으면 흑나. 이곳에 알토란 같은 흑집이 나서는 거꾸로 1집반 흑승이다.


신진서, '미래 권력은 나'

승부는 졸지에 2-0이 됐다. 정관장 황진단 입장에서 다행이었던 것은 장고대국에서 주장 신진서가 이동훈을 꺾고 한 판을 만회해준 것. 내용 또한 신진서가 132수 만에 이동훈의 대마를 잡고 끝낸 것이라 위안이 됐다. 이희성 해설자 역시 "압도적인 수읽기다. 상대를 숨도 못쉬게 하는 능력이 어렸을 때 이세돌을 꼭 빼닮았다"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는 분위기.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어진 후반 속기전에서 한승주가 박민규를 상대로 흔치 않는 역전승을 일궈내기도 했지만, 결국 이창호 9단이 강유택에게 패하면서 3-2 패배가 확정됐다. 티브르드에게 당한 전반기 패배를 설욕하지 못했음은 물론, 연승 행진도 7경기에서 끝났다. 신진서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박진솔과 이창호 9단이 동반 패배한 것도 이번 시즌 들어 처음 겪는 일이었다.


▲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이동훈과의 첫 공식 대결에서 승리한 신진서(주변의 말로는 국가대표 자체 리그전에서도 최근엔 이동훈에게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시즌 9연승은 2012년 박정환이 세운 KB리그 한 시즌 최다 연승기록(10연승)에 1승이 못 미치는 것이다.
내주엔 백령배 8강을 치르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고, 그 다음 주엔 TV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이 밖에도 삼성화재배와 LG배 본선이 기다리고 있는 등 연말까지 쉴 틈 없는 세계대회 스케줄이 예정돼 있다.


이리하여 후반기 첫 라운드인 10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정관장 황진단이 오랜만에 패하긴 했지만 7승2패로 여전히 굳건한 선두. 하지만 포스코켐텍과 SK엔크린 두 팀이 5승째를 달성하면서 선두와의 격차는 2게임차로 좁혀졌다. 정관장 황진단만이 홀로 질주하던 구도에 살짝 균열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4승 팀이 여전히 5팀이나 되고, 최하위 신안천일염도 희망이 살아 있는 등 리그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찜통 더위 속에서 깜깜한 중반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KB리그는 내주 목요일(25일) Kixx-한국물가정보의 대결을 시작으로 11라운드를 속개한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제5국. 강유택(오른쪽)이 좌변 접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다음 이창호 9단의 대마 공격을 잘 수습해냈다.









▲ 일단 큰 고비를 넘긴 티브로드. 하지만 하반기에 박정환의 세계대회 스케줄이 줄지어 있어 어찌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3지명 김승재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



▲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정관장 황진단 김영삼 감독. 주장 신진서의 세계대회 일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티브로드나 마찬가지다. 신진서의 결장이 잦아질 게 뻔한 상황에서 계속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런지. 1등팀이나 꼴등팀이나 감독들의 머리는 편할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