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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이 박정환을 데리고 가줘서..."
BGF리테일CU, 박정환 빠진 티브로드에 3-2 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07-10 오전 7:07:45
▲ 팀 승부와는 무관했지만 속기 대국으로 장장 3시간, 300수가 넘는 끝내기 사투가 펼쳐진 4국. 종반에 들어설 무렵 국가대표팀에서 '강동윤 2집반승 확실'로 판정했던 바둑이 시시각각 차이가 좁혀지다가 결국엔 이동훈의 반집 역전승으로 낙착됐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6라운드 3경기
위기의 티브로드...팀 3연패, 8위로 추락

티브로드가 수상하다. 지난 경기에서 전년도 최하위팀 한국물가정보에 1-4로 대패를 당하더니 이번엔 신생팀에게 0-3 스트레이트 패배다. 박정환이 있어도 지고, 없어도 지는 혼란 속에 팀은 3연패, 순위는 최하위 바로 윗 단계인 8위까지 떨어졌다.

9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6라운드 3경기에서 신생팀 BGF리테일CU가 티브로드를 3-2로 눌렀다. 스코어는 3-2였지만 BGF리테일CU가 3-0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끝낸 다음 마지막 두 판을 여유 있게 지켜봤던 경기. 체감상으론 티브로드의 대패나 다름 없었다.

박정환이 빠진 티브로드의 열세는 오더가 공표됐을 때 부터 감지됐다. BGF리테일CU 입장에서도 최정이 박정환과 짝을 이뤄 페어 월드컵에 출전하는 바람에 공백이 생긴 건 마친가지. 하지만 대장이 빠진 티브로드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였다.


▲ 이날의 운명을 가른 제3국. 김승재가 일찌감치 끝낼 기회를 놓친 상황에서 양패로 잡은 곳을 가일수 하는 등 낙관이 지나쳤다. 이후 횡재한 듯한 분위기에서 류민형의 손바람이 이어졌고 나중엔 거꾸로 3집반의 큰 차이가 났다. 종국 후 "프로 바둑에서 1년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 한 대역전패"라는 이현욱 해설자의 멘트가 뒤따랐다.


여기에 BGF리테일CU는 중국 을조리그 참가로 오더에서 제외됐던 2지명 이지현이 돌아오면서 모처럼 전열이 갖춰진 상태. 이번 경기를 하위권 탈출의 절호의 기회로 본 때문인지 검토실은 "최정이 이번에 큰 일을 했다"는 관계자의 농담에 폭소가 터지는 등 고무된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3국 류민형의 대역전승이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초반에 대착각을 범해 절망적이었던 바둑을 김승재의 지나친 낙관에 편승해 일으켜 세웠다. BGF리테일CU 입장에선 2승의 값어치에 해당하는 천냥짜리 선제점. 반대로 재앙 같은 일을 당한 티브로드는 시작하자마자 무거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최정의 대타로 KB리그에 첫 등판한 퓨처스 선수 홍무진의 승리도 인상적이었다. 같은 퓨처스 선수지만 무게감에서 앞서는 김동호를 상대로 흔치 않은 데뷔전 승리를 따냈다.


▲ BGF리테일CU가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이크를 잡은 홍무진과 백대현 감독.
(홍무진)"데뷔전이긴 하지만 크게 떨리진 않았다" "다른 퓨처스 선수는 다 출전하는데...솔직히 섭섭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에 더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백대현 감독)"홍무진 선수는 강심장에 속기가 강해서 내심 기대가 컸다" "우리 팀이 오늘 이길 것 같은데, 박정환 선수를 데리고 같이 가준 최정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웃음)


이른 결승점은 중국 리그에서 복귀한 2지명 이지현의 손에서 나왔다. 장고대국에서 티브로드의 박민규를 백 불계로 물리치며 3-0 스트레이트로 승부를 끝냈다. 2승3패. 이 경기를 질 경우 최하위로 밀려날 뻔 했던 BGF리테일CU는 이 승리에 환호했다.

티브로드는 5국에서 강유택이, 마지막 4국에서 이동훈이 사투 끝에 승리를 안았지만 이미 버스가 떠난 뒤였다. 지난 3년 동안 한번도 겪지 않았던 팀 3연패(2승4패)에 바닥권으로 밀려난 순위. KB리그 2연속 통합 우승에 빛나는 이상훈 감독의 얼굴이 이날처럼 어두워 보인 적이 있었을까. 돌아오는 내내 굳은 잔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 끝내기에 강한 김동호를 후반 역전에 성공한 홍무진(오른쪽).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다지만 승리를 앞둔 시점에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10일에는 최하위 포스코켐텍(1승4패)과 2위 SK엔크린(3승1패)이 6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대진은 변상일-박영훈,나현-이태현,류수항-안성준,윤찬희-강승민,김대희(퓨)-민상연(이상 앞이 포스코켐텍).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은 부진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페어대회 출전 관계로 오더에서 제외됐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6 KB리그의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 시즌 초반 2패를 당한 후 중국리그에 다녀온 이지현(왼쪽)이 고대하던 첫승을 결승점으로 장식했다. 박민규 입장에선 초반 포석의 실패가 무리한 대마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패인.






▲ 초반 5경기를 2승3패로 마무리하며 6위에 랭크된 BGF리테일CU. 모회사가 편의점을 운영해서 인지 이름 모를 다양한 과일 주스와 음료, 과자 등이 항시 먹고 넘칠 정도로 풍성하다. 선수들에 대한 배식(?)과 인심으로 팀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톱.



▲ 검토실에 나타난 '하요정'(사진 가운데. 이상훈 감독의 부인인 하호정 프로를 지칭하는 말로 그녀가 나타나면 티브로드가 지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별명). 신기하게 이날도 "티브로드가 지는 것 같아 나왔다"고 말한 시점 이후의 두 판을 티브로드가 모두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