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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긴할 때마다 한 방을 터뜨려주는 강승민(왼쪽)이 소속팀 Kixx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팀 스코어 2-2 상황에서 설현준에게 당한 전반기 패배를 설욕한 것이 천냥짜리 결승점이 됐다. |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2경기
화성시코리요와 한국물가정보, 5위 자리 '막판 변수'
종반 순위 싸움의 급소에 해당하는 4위팀과 6위팀의 한 판 승부에서 4위 Kixx가 승리했다. Kixx는 2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2경기에서 6위 한국물가정보를 3-2로 눌렀다.
8승7패가 된 kixx는 남은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네 번째 주자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엔 7위에 머무는 아픔을 겪었지만, 2년 만에 가을잔치의 티켓을 손에 넣으면서 2006년 우승의 영광을 재현할 기회를 잡았다.
반면 지난해 5위에 머문 한을 어떻게든 풀고자 했던 한국물가정보(6승9패)는 자력 진출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남은 경우의 수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7승8패의 화성시코리요가 승리하면 탈락. 일단 무조건 패하길 바래야 하고, 그 경우 BGF리테일CU와의 경기를 승리한 다음 개인 승수를 비교해보는 일만이 희망으로 남았다.
▲ 전반기에 Kixx에 4-1 대승을 거둔 한국물가정보. 그런 점이 반영된 때문인지 이날 경기의 전망도 53대 47 정도로 약간 우위에 있었지만 승자는 kixx였다.
공표된 오더는 척 봐도 한국물가정보가 나아 보였다. 팀의 1~3지명을 1~3국에 분산 배치하며 두 판에서 지명도 우위를 확보했다. 리턴매치로 짜여진 4국과 5국도 지명도에선 한 끗씩 밀렸지만 한국물가정보 선수들이 전반기에 모두 승리한 터여서 점수를 줄 만했다.
승부의 흐름도 이런 예상을 따라 흘러갔다. 주장 박영훈이 윤준상을 상대로 선제점을 올린 다음 Kixx 주장 김지석에게 동점을 허용했으나, '원펀치' 원성진이 155수의 단명국으로 장고대국을 제압하며 2-1로 앞서나갔다. 승리가 보이는 듯했다.
▲ 최근 4경기 연속 장고대국에 출전해 3승1패의 호성적을 거둔 홍기표. 이날 경기에서도 상대전적 3전3패의 열세를 딛고 좋은 내용을 펼쳤으나 중반 원성진의 끼움수 한 방에 그만 대마가 잡히고 말았다.
안개 걷힌 순위 싸움...5위만 남았다
이창호 9단 "꼭 올라온다" 발언, '펠레의 예언'될까
한종진 감독 "SK엔크린, 꼭 이겨주세요~~"
하지만 후반 속기전 두 판에서 한국물가정보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 4국에서 한태희가 백홍석에게 패하면서 2-2. 이어 5국에서 기대주 설현준마저 강승민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3-2 뼈아픈 역전패를 맛봐야 했다. 두 판 다 전반기에 이긴 상대에게 패한 것이었기에 아쉬움도 더했다.
▲ 승부판인 강승민-설현준 전을 검토하느라 여념이 없는 Kixx팀. 이 장면에서 김지석이 멋진 수를 발견했는데 바로 직후에 텔레파시가 통하기라도 한 듯 강승민이 그 수를 놓자 작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 설현준의 흑1은 좌변 대마를 패로 수습하기 위해 최선으로 보였던 수(흑3의 곳이 귀에 대해 항시 선수다). 이 때 검토실의 김지석이 즉각 백2로 끊는 수를 놓아보였는데 실전에서도 이 수가 결정타가 됐다.
백2 때 흑이 4의 곳을 두는 것은 6의 곳을 때려서 그만. 결국 흑3뿐인데 백4로 흑의 요석 7점이 잡혔다. 그러고도 좌변은 백6까지 여전히 패의 형태. 이후에 설현준이 대형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다해봤지만 여기서 무너진 형세를 돌이킬 수 없었다(210수 강승민 백 불계승).
Kixx가 포스트시즌에 합류하면서 이미 자리를 잡은 정관장 황진단과 포스코켐텍, SK엔크린을 포함해 가을 잔치의 주인공 다섯 팀 중 네 팀의 면면이 확정됐다. 지난해 정규시즌 1.2.4위팀에 3위 티브로드 대신 Kixx가 안착한 구도. 안개가 걷히니 어둠 또한 분명히 내려앉았다.
사상 최초로 4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티브로드(7위.6승9패)는 개인 승수가 너무 부족해 탈락, 두 경기가 남아 있는 BGF리테일CU(8위.5승9패) 역시 99% 탈락이 확정됐다(남은 두 경기를 모두 5-0으로 이기고 화성시코리요가 1-4 이상 대패를 당하면 가능성이 있다곤 하지만 산술적으로만 붙어 있는 미미한 확률일 것이다).
▲ 아끼는 선후배 관계인 두 감독이 '우정 있는 대결'을 마치고 나란히 자리에 섰다.
"올해는 하위팀한테 굉장히 성적이 나빴던 것 같다. 그런 부분 때문에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며 대국을 해야 됐던 것 같고, 이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잘 정비하고 감독하도록 하겠다."(김영환 감독.왼쪽)
"SK엔크린이 다음 라운드에서 화성시코리요를 이겨서 2등하셨으면 좋겠구요, 저희 팀은 5등했으면 좋겠습니다. 물가정보, SK엔크린 화이팅입니다(웃음)." (한종진 감독.오른쪽)
21일엔 8위(5승9패) BGF리테일CU와 2위(10승4패) 포스코켐텍이 17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최정-최철한, 이지현-윤찬희, 이동훈-나현, 이창석(퓨)-변상일, 허영호-이원영(이상 앞이 BGF리테일CU). 전반기엔 포스코켐텍이 3-2로 이긴 바 있으며, 같은 대국자간 리턴매치는 없다.
▲ 이날은 1~4국까지 흑번 필승이 이어졌고, 내용도 두터운 실리 작전으로 반면 10집~12집의 우세를 지키는 흐름이 대부분이었다. 전반기에 이어 윤준상에게 승리하며 9승6패로 상대 전적을 벌린 박영훈(오른쪽).
▲ GS칼텍스배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재회로 관심을 모은 대결에서도 김지석(오른쪽)이 승리하며 상대 전적을 8승4패로 벌렸다.
▲ 백홍석(오른쪽) 역시 흑번으로 줄곧 우세한 흐름을 이끌며 한태희에게 설욕(상대 전적 3승3패).
▲ 다음 라운드에서 포스코켐텍과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Kixx.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4위로 마감할 공산이 크다.
▲ "한국물가정보가 꼭 올라올 것"이라 했다는 이창호 9단의 발언은 과연 쪽집개처럼 실현될까. 아니면 '펠레의 예언'처럼 끝날까. 현재로선 후자의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