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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황제의 귀환식
박정환, 윤준상에 덜미...팀(티브로드)도 Kixx에 패배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06-17 오전 5:05:13
▲ 응씨배 결승 진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맞이한 KB리그 경기. 티브로드 주장으로 출전한 박정환이 Kixx 2지명 윤준상에게 뜻밖의 덜미를 잡혔다. 이 여파로 팀도 3-2로 패배.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1경기
Kixx, 티브로드 꺾고 3연패 위기 탈출

'황제의 귀환식'. 티브로드와 Kixx의 경기 시작전 바둑TV는 대놓고 이렇게 예고를 했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커제, 이세돌을 연파하고 응씨배 결승에 진출한 박정환의 휘황함을 누가 훼손할 수 있으랴. 황제는 승리하고 티브로드는 축배를 들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끝나면 그건 KB리그가 아니다'라는 명제만 아니었더라면.

16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1경기에서 Kixx가 난적 티브로드를 3-2로 눌렀다.

팀 개막전 승리 이후 3연패의 위기에 몰린 Kixx 선수들의 의지가 어느 때 보다 빛났다. 먼저 팀의 막내 최재영이 김승재를 상대로 귀중한 선제점을 올렸다. 이어 2지명 윤준상이 장고대국에서 박정환을 꺾는 투혼을 발휘했고(2-1), 이것이 주장 김지석의 역전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티브로드는 이동훈,박민규의 2승에 그쳤다.


▲ 제3국. 이번 시즌 KB리거로 전격 발탁된 최재영(왼쪽)이 김승재를 상대로 초반 우세를 끝까지 지켜낸 끝에 1집반승을 거뒀다.


경기 전부터 박정환이 어떤 귀환식을 펼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렸다. 윤준상과의 상대전적은 겉으로는 4승4패 호각. 하지만 신예 시절 당한 4연패 이후 최근 3년간은 4전 전승의 흐름이어서 승리는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바둑TV에서도 속기전 위주로 중계하면서 중반까지는 이 판에 크게 집중하지 않았던 상태.

하지만 검토실의 모니터로 지켜보는 승부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윤준상의 꿋꿋한 반면 운영에 박정환은 선뜻 우세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조급한 마음이 화를 부를 수도 있었던 상황. 그것이 우변에서 터졌다.

윤준상의 승부수라면 승부수에 박정환이 최강으로 대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잡을 수 있다고 본 것이 빅이 난 것도 모자라 되레 잡힐지도 모르는 궁지에 몰린 상황. 이 와중에 우하귀에서 윤준상의 절묘한 응수타진이 터졌고, 그것으로 꼼짝 못하게 된 박정환은 돌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162수 윤준상 백 불계승).


▲ Kixx는 지난 해에 이어 윤준상이 이기면 이기고, 지면 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호신'이란 별명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이유. 이날 승리에 대해서도 유창혁 해설자는 "박정환 선수가 못 뒀다기 보다는 윤준상 선수가 너무 잘 둔 내용"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Kixx의 승리는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후반 두 판의 속기 대국 중 4국의 김지석은 강유택을 상대로 대마 공격에 실패하며 불리한 흐름, 오히려 5국의 송지훈이 박민규의 대마를 포획하며 승리를 눈 앞에 둔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박민규의 무서운 반격 앞에 송지훈의 대마가 거꾸로 잡히는 일이 벌어졌고. 오히려 불리했던 김지석이 끝내기에서 1집반차로 승부를 뒤집으며 아슬아슬한 승리를 가져왔다.


▲ 제4국. 강유택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다 집부족증에 걸릴 뻔한 김지석(오른쪽)이 중앙 황무지에서 옥토를 일궈내면서 간발의 차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결과 3연패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Kixx는 2승2패를 기록하며 한시름을 놨다. 반면 티브로드는 연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승패승패를 반복하는 흐름. 동률을 이룬 양 팀의 중간 순위는 개인 승수가 1승이 많은 티브로드가 3위, Kixx는 4위에 랭크됐다.

17일엔 포스코켐텍과 신안천일염이 4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최철한-안정기(퓨),김민호(퓨)-유병용(퓨),류수항-박현수(퓨),윤찬희-이호범,박재근(퓨)-목진석(이상 앞이 포스코켐텍). 포스코켐텍은 2지명 나현과 3지명 변상일. 신안천일염에선 1지명 이세돌과 2지명 조한승, 4지명 신민준까지 양 팀의 핵심 주전들이 대거 중국리그 출전으로 오더에서 제외된 상태. 중요한 시점의 1부리그가 어쩔 수 없이 퓨처스리거들의 경연장처럼 되어 버렸다.


▲ 제2국. 이동훈(왼쪽)이 중반 묘수로 하변 대마의 삶을 확보하는 등 뛰어난 '정리 능력'을 보여주며 허영호의 항서를 받아냈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제5국. 서로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진땀나는 대마 공방전을 펼친 두 사람. 송지훈(왼쪽)이 거의 대마를 잡았다고 생각할 즈음 박민규의 무서운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결국 단 한 수 차이로 송지훈의 대마가 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 1라운드에서 신진서에게 패한 후 다시 패점을 안은 박정환. 분위기 전환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중국에서 돌아온 직후의 KB리그 경기에서 곧잘 패배하는 경향이 있다.



▲ 티브로드를 상대로 연패의 흐름을 끊은 Kixx. 김효정 진행자는 "한 판 한 판 값진 승리가 많았다"고.



▲ 티브로드는 아직 리그 초반이라 그런지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3지명 김승재의 부진(1승3패)을 5지명 박민규(3승1패)가 잘 메워주고 있고,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