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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의 반격 성공... 챔피언 결정전은 최후의 3차전으로
[KB바둑리그]
  • 조회수 : 5565 |등록일 : 2024.05.17
▲ 2차전의 마지막 대국이었던 4국이 끝나자 고려아연의 박승화 감독과 원익의 박정환이 함께 검토에 참여했다.
원익이 1차전 패배를 딛고 반격에 성공했다. 2024년 5월 16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원익은 박정환,구쯔하오 원투펀치의 승리와 이지현의 결승점을
앞세워 울산 고려아연에게 승리했다. 1 대 1로 균형을 맞춘 챔피언 결정전은 바로 속행되는 3차전을 통해 우승 팀을 가린다.

▲ 박정환은 이 대국 승리로 포스트시즌 8연승을 내달렸다.

1국 성남 원익 박정환(승) : 울산 고려아연 신민준

챔피언 결정전 1차전 1국에서 만났던 두 주장이 2차전 1국에 또다시 만났다. 전날 대국은 박정환이 계속 밀렸던 대국이었으나, 마지막에 좋은 버팀을 통해 역전승을 거둔 바 있었다.

1차전 1국에 역전패를 당한 신민준은 어제의 패배를 잊지 못한 듯 초반부터 무섭게 달려들었다. 다만 그 공세는 마음만 급한 전투였고 시작하자마자 위기에 처했다. 인공지능은 몇 수 놓이지 않은 시점에서 박정환의 승률기대치를 95%까지 가리켰다. 그러나 때이르게 찾아온 기회에 박정환의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간단하게 생각해도 될 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서 실수가 등장하고 만다.

위기를 넘긴 신민준은 좋은 리듬으로 판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상대의 진영을 적절하게 삭감해나가면서 우세를 장악했고, 우변의 정리만 잘 마무리 지으면 그대로 골인하는 순간까지 도달했다. 여기까지는 고려아연과 신민준이 그려낸 멋진 반격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그대로 쓰이지 못했다. 초반 이후 흔들리던 박정환의 반격이 우변에서 시작된 것이다.

형세가 나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박정환은 우하의 뒷맛을 이용해 판을 흔들어나갔고 시간이 떨어진 신민준의 수가 정답을 빗나가고 만다.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곳을 지킨 신민준의 허점을 놓칠 박정환이 아니었다. 집으로 이득 본 후 정확히 대마를 살려내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틀 연속 주장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박정환은 팀에게 전반전 우세를 제공함과 동시에 포스트시즌 8연승이라는 기록도 이어나갔다.

▲ 포스트시즌 들어와서 폭발하는 문민종이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 2국 승리로 포스트시즌 4승 무패를 기록했다.

2국 성남 원익 김진휘 : 울산 고려아연 문민종(승)

울산 고려아연의 선수들은 대부분 각자의 역할을 잘해냈다. 주장 신민준과 2지명 이창석은 정규리그에서 꾸준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었고 4지명 한상조와 용병 랴오위안허는 기대 이상의 엄청난 성과를 거두며 팀의 상승세를 만들었다. 다만 3지명 문민종은 정규리그에서 4승 6패로 기대에 못 미치고 말았다. 아쉬움을 느낀 문민종은 포스트시즌을 차분히 준비해왔고. 큰 승부에 강한 그는 플레이오프부터 화려하게 폭발했다. 팀이 궁지에 몰렸던 플레이오프에서 최재영과 한승주를 잡아냈고,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는 이지현을 이기며 흐름을 완전히 탄 그는 오늘도 김진휘를 제압했다. 물론 내용은 파란만장했지만 말이다.

초반은 팽팽하게 흘러가던 바둑이 요동친 부분은 김진휘의 과감함에 있었다. 문민종이 과하게 버틴다고 판단한 김진휘는 대마를 잡으러 가는 선택을 했고, 돌을 잡지는 못했으나 다른 곳에서 이득을 보는 진행으로 이어졌고 김진휘의 우세인 상태로 후반을 향했다.

우세를 잡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오늘 대국이 딱 그러했다. 과감했던 김진휘의 눈에는 본인의 약점들이 크게 다가왔고, 어딜 지켜야 할지 방황하던 그의 선택들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그 틈새를 놓칠 문민종이 아니었고 기습을 통해 우세를 장악했다. 그리고 그 격차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더 몰아붙이며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 우세가 뒤집힐 공간은 너무 적었고,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 이틀 연속 마주앉은 구쯔하오(왼쪽)와 이창석

3국 성남 원익 구쯔하오(승) : 울산 고려아연 이창석

1차전에서 만났던 두 선수가 다시 만났다. 전날 대국에서는 이창석이 구쯔하오를 상대로 후반에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팀의 승리에 큰 기여를 했었다. 하루를 보내며 절치부심한 구쯔하오와 전날의 기세를 이어갈 이창석의 대결은 팽팽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두 선수는 자신의 스타일들을 보여줬다. 스피디한 이창석과 두터운 구쯔하오의 성향이 그대로 바둑판에 드러났다. 인공지능은 구쯔하오의 우세를 얘기했지만 그 격차는 크지 않은 채로 중후반을 맞이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하변이었다. 이창석이 버티자 구쯔하오가 칼을 뽑으면서 발생한 패에서 이창석의 실수가 등장한 것이다. 상대가 쓴 팻감을 받지 않아야 했던 국면에서 너무 쉽게 받아주었고, 그 순간 승부는 크게 구쯔하오 쪽으로 기울었다.

형세가 난처해진 시점부터 이창석의 버팀은 일품이었다. 위기에 몰린 대마를 살려내는 좋은 수를 찾아냈고 패를 버티면서 집 격차를 줄이는데 집중했다. 시간이 서로 없는 시점에서 이창석의 버팀은 구쯔하오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했다. 살짝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던 구쯔하오는 위험한 길로 접어들었다. 팻감을 만들어서 승부패를 거는 수법이었다. 보통 이런 선택을 하면 형세는 크게 요동 치곤한다. 그러나 오늘 이 대국에서 승리의 여신은 구쯔하오 등 뒤에서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딱 한패 차이로 구쯔하오의 수읽기가 통했다.

원익의 특급 용병 구쯔하오는 자신의 방식으로 어제의 패배를 설욕했고, 원익은 이 승리로 반격의 기반을 마련했다.

▲ 양 팀 검토실을 들었다놨다한 4국의 승자는 이지현(오른쪽)이었다.

4국 성남 원익 이지현(승) : 울산 고려아연 한상조

원익이 2 대 1로 앞선 상태에서 고려아연은 당연하게도 한상조를 투입했고, 원익은 이를 예상하여 이지현을 등판시켰다. 1차전에서 한상조가 박영훈에게 이긴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매치업이었고, 이 두 선수의 대결은 양 팀의 검토실을 들썩거리게 하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쪽은 한상조였다. 이지현이 지나치게 약점을 방치하는 틈을 타서 좋은 공격을 퍼부었고, 상변 일대의 돌을 잡아내며 덤 정도의 우세를 구축했다. 큰 득점이었기에 쉽게 마무리될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큰 승부의 부담감은 선수들의 선택을 무겁게 만들곤 한다. 한상조는 우변에서 과한 수를 두면 이지현에게 기회를 주고 만다.

기회가 찾아오자 이지현은 특유의 공격력을 발휘해서 불리하던 형세를 따라붙는데 성공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놓치지 않아야 할 곳을 이지현은 놓치고 말았고, 그 틈을 비집고 다시 한상조가 우세를 구축한다. 양 팀의 선수단이 5국을 그리던 후반전에 또다시 사건이 발생한다.

한상조는 결정타를 준비했다. 그 과정은 매우 매끄러워서 이지현이 제대로 반격할 수가 없었다. 딱 한수만 잘 두면 그대로 승부는 끝이었다. 하지만 한상조는 그곳으로 향하지 않고 본인의 약점을 지키는 실수를 범했고 형세는 크게 요동쳤다.

순식간에 반집 승부로 변해버린 국면을 맞이한 두 선수지만, 입장은 판이하게 달랐다. 결정타를 놓친 한상조는 허탈한 마음이었고, 시종일관 밀리다 기회를 잡은 이지현은 용기백배했다. 그 기운은 판에 그대로 전달이 됐고, 미세한 시점에서 중요한 수들을 더 잘 찾은 쪽은 이지현이었다. 극적인 역전이 이뤄진 순간이었고 이 승리로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마무리됐다.

▲ 2차전 반격에 성공한 원익

▲이지현(왼쪽)과 구쯔하오의 인터뷰

▲ 항상 분위기가 좋은 고려아연의 검토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도 많은 동료기사들이 찾아왔다.

▲ 역전패를 당하고 괴로워하는 신민준(가운데)과 위로 중인 정두호와(오른쪽)문민종(왼쪽)

▲ 4국의 후반부가 되자 원익의 선수단은 중계 화면 앞으로 모여들었다.

▲ 2023-2024 KB 바둑리그의 최후의 승자는 어느 팀이 될 것인가.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5천만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매 경기 5판3선승제로 치르는 포스트시즌은 저녁 7시에 1~3국을 동시에 시작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4국과 5국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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