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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합천 청와대 세트장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수려한 합천 신민준(오른쪽)과 GS칼텍스 투샤오위가 종국 후 복기를 하고 있다. |
연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펼쳐진 합천 투어의 승자는 홈팀 수려한 합천이었다. 30일(금) 경남 합천 청와대 세트장 집현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2경기에서 수려한 합천이 GS칼텍스를 접전 끝에 3-2로 꺾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팀 감독들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GS칼텍스는 시즌 초반 4연승을 달리다 최근 1승 6패 침체에 빠진 주장 원성진의 회복이, 수려한 합천은 각각 4승 7패를 기록 중인 2지명 이창석과 3지명 김승진의 활약이 간절하다. 두 팀 모두 1승에 그친 4지명 권효진과 박지현의 부활도 절실하다.
▲ 김윤철 합천군수의 개시 선언으로 수려한 합천과 GS칼텍스의 중요한 일전이 시작됐다.
1국 수려한 합천 박지현(4지명) vs GS칼텍스 원성진(1지명)
박지현, 183수 흑 불계승. 수려한 합천 1-0 GS칼텍스
최근 GS칼텍스 김영환 감독은 주장 원성진의 부진한 성적보다 ‘원펀치’ 특유의 스타일을 잃고 있는 대국 내용을 더 걱정하고 있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최연장 리거 원성진과 혹독한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새내기 리거 박지현. 침체 탈출이 절실한 두 선수의 맞대결로 합천 투어 막이 올랐다.
팽팽한 균형 속에 맞이한 중반전. 하변 백돌을 추궁한 응수타진에 당황한 원성진이 생불여사의 옹색한 모양을 초래하며 형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중앙의 두터움을 확보한 박지현이 우변까지 수중에 넣으며 불계승을 거뒀다. 수려한 합천이 홈 경기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 스무 살이나 많은 GS칼텍스 주장 원성진을 제압하고 4연패를 탈출한 박지현(수려한 합천). 혹독한 데뷔 시즌 2승 5패.
2국 GS칼텍스 김정현(2지명) vs 수려한 합천 김승진(3지명)
김정현, 251수 흑 불계승. GS칼텍스 1-1 수려한 합천
갈 길이 바쁜 GS칼텍스는 시즌 7승 4패를 기록하며 2지명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정현을 출격시켰다. 수려한 합천은 진위청, 원성진 등 강자를 연파하다 최근 4연패로 4승 7패에 머물고 있는 김승진이 연승 사냥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1국에 이어 2국 역시 두 선수의 첫 대결이다.
초반 기민한 행마를 보인 김승진이 주도권을 쥐었다. 열세를 느낀 김정현이 반상 곳곳에서 난전을 유도했다. 우변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상변으로 전단을 구하며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김정현의 역전극으로 GS칼텍스가 1-1 동점을 만들었다.
▲ 절정의 승부 호흡을 과시하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한 김정현(GS칼텍스). 시즌 8승 4패.
3국 수려한 합천 신민준(1지명) vs GS칼텍스 투샤오위(후보)
신민준, 273수 흑 불계승. 수려한 합천 2-1 GS칼텍스
양 팀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길목에서 LG배 챔피언 신민준과 특급 용병 투샤오위가 만났다. 전날 만찬장에서 투샤오위에게 원하는 대국 상대를 묻자 주저 없이 신민준을 꼽았는데, 바람대로 이뤄졌다. 상대 전적은 신민준이 2전 2승.
바둑이 시작되자마자 좌하귀에서 거친 몸싸움으로 부딪쳤다. 좌변까지 확장된 전투에서 미묘한 수순을 놓친 투샤오위가 열세에 빠졌다. 승기를 잡은 신민준이 두터움을 활용해 격차를 벌린 끝에 투샤오위의 항복을 받아냈다. 수려한 합천이 2-1로 다시 앞서갔다.
▲ 합천체육회와 바둑협회 관계자 등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어 투샤오위(GS칼텍스)를 완파한 신민준(수려한 합천). 시즌 9승 4패.
4국 GS칼텍스 나현(3지명) vs 수려한 합천 이창석(2지명)
나현, 157수 흑 불계승. GS칼텍스 2-2 수려한 합천
GS칼텍스는 믿었던 ‘원투 펀치’ 원성진과 투샤오위가 함께 무너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이번 시즌 달라진 바둑 스타일로 7승 4패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나현이 소방수로 투입됐다. 수려한 합천은 이창석을 마무리로 올렸다.
초반부터 우하귀에서 패싸움에 이은 수상전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승기를 잡은 나현은 중앙에서 세력을 형성했고, 열세를 느낀 이창석은 하변에서 실리를 챙겼다. 상변에서 다시 시작된 전투, 나현의 두터운 중앙 세력이 빛을 발했다. GS칼텍스가 2-2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 이창석(수려한 합천)에게 완승을 거두며 상대 전적 7승 3패 강세를 이어간 나현(GS칼텍스). 시즌 8승 4패.
5국 수려한 합천 김형우(5지명) vs GS칼텍스 김승재(5지명)
김형우, 205수 흑 불계승. 수려한 합천 3-2 GS칼텍스
한낮에 벌어진 합천 투어에서도 여지없이 최종국은 이어졌다. ‘넘사벽’ 강유택에 가려 있을 뿐, 5지명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승재(3승 4패)와 김형우(4승 4패)가 만났다. 상대 전적은 김승재가 5승 3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장기전에 능한 베테랑답게 신중한 탐색전이 이어졌다. 눈에 띌 만한 큰 싸움은 없었지만 중반부터 주도권을 쥔 김형우가 노련한 마무리로 오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수려한 합천이 GS칼텍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합천 투어 유종의 미를 거뒀다.
▲ 전반기에 이어 또다시 최종국에서 김승재(GS칼텍스)를 꺾으며 올 시즌 네 번째 결승점을 찍은 김형우(수려한 합천). 시즌 5승 4패.
이날 승리를 거둔 수려한 합천은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지막 희망을 이어갔다. 6승 7패로 한옥마을 전주와 동률을 이룬 수려한 합천은 자력 진출은 어렵지만, 다음 주 통합 라운드로 치러지는 14라운드 결과에 따라 준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이날 패배로 5승 8패에 머문 GS칼텍스는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31일(토) 13라운드 3경기는 정관장과 영림프라임창호의 대결이다. 현재 3위 영림프라임창호는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 여부가 걸린 중요한 일전이다. 정관장은 김명훈, 영림은 강동윤을 각각 선발로 예고하며 주장전이 성사됐다. 상대 전적은 강동윤이 10승 6패로 앞서 있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2015년 건축된 청와대 세트장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회견장 등 실제 청와대를 68% 규모로 축소해 그대로 재현했다.
▲ 합천 투어 첫 대국을 앞두고 수려한 합천 선수단이 합천군 관계자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 회의실이나 접견장으로 사용되는 청와대 세트장 세종실에 합천 투어 검토실이 마련됐다.
▲ 믿었던 주장 원성진의 1국 패배로 적막감이 감도는 GS칼텍스 검토실
▲ 박지현(가운데)이 1국을 승리한 후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수려한 합천 검토실
▲ 2019년 팀 창단 당시 산파역을 맡았던 안동환 합천바둑협회 고문(왼쪽 세 번째)이 수려한 합천 선수들과 함께 주장 신민준의 대국을 검토하고 있다.
▲ 전날 저녁 열린 환영 만찬에는 양 팀 선수단을 비롯해 합천군 체육회, 바둑협회 등 4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우의를 다졌다.
▲ 합천 투어 개최를 환영하는 의미를 담아 박민좌 합천군 경제문화국장(왼쪽)이 배철근 한국기원 대회사업국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했다.
▲ 유달형 합천군 체육회장(왼쪽)이 수려한 합천 팀 주장 신민준 9단의 LG배 우승을 축하하는 기념 선물을 준비했다.
▲ "승부는 승부, 우정은 우정" 운명의 승부를 앞두고 김영환 GS칼텍스 감독(왼쪽)과 고근태 수려한 합천 감독이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