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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준의 합천, 신진서의 영암에 진땀승
선제골 이창석, 동점골 신민준 이어 결승골 김형우 "베테랑은 살아있다"
  • [KB바둑리그]
  • 강헌주 전문기자 2026-01-05 오전 2:04:08
▲ 성격과 대인 관계가 좋기로 소문난 판인(왼쪽 두 번째 얼굴)을 응원하기 위해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한 수려한 합천 검토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치열한 혈투 끝에 수려한 합천이 영암을 간신히 제쳤다. 4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4경기에서 수려한 합천이 마한의 심장 영암에게 3-2 재역전승했다.

연패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팀들의 대결. 확실한 승리를 위해 양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총출동하면서 베스트 전력으로 충돌했다.

▲ 서건우 심판의 개시 선언과 함께 새해맞이 '심야의 혈투' 개봉!

1국 수려한 합천 이창석(2지명) vs 마한의 심장 영암 이재성(4지명)
이창석, 147수 흑 불계승. 수려한 합천 1-0 마한의 심장 영암

부진한 팀 성적을 반영하듯 이창석·박지현(이상 수려한 합천), 심재익·이재성(이상 마한의 심장 영암) 등 양 팀의 주축 선수들이 나란히 4연패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들 중 두 선수가 선봉 대결을 펼쳤다.

감각적인 행마를 선보인 이창석이 국면을 앞서갔다. 대세점을 놓치며 실리가 부족해진 이재성이 뒤늦게 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려한 합천이 1-0 리드를 잡았다.


▲ 4연패 슬럼프에 빠졌던 이창석(수려한 합천)이 컨디션 회복을 알리는 완벽한 바둑을 선보였다.

2국 마한의 심장 홍성지(2지명) vs 수려한 합천 김승진(3지명)
홍성지, 183수 흑 불계승. 마한의 심장 영암 1-1 수려한 합천

1국과 달리 연승을 달리고 있는 두 선수가 만났다. 당이페이 등을 상대로 4연승 중인 홍성지, 원성진 등을 상대로 3연승 중인 김승진의 기세가 맞붙었다.

초반 주도권을 쥐었던 김승진이 좌하귀에서 큰 착각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혔다. 형세 판단과 끝내기가 특기인 '정리의 달인' 홍성지를 상대로 다시 역전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 승기를 잡은 홍성지가 연승을 이어가며, 양 팀의 승부는 1-1 원점이 되었다.


▲ 이날 승리로 7승 2패를 기록하며 다승 2위에 오른 믿음직한 맏형 홍성지(마한의 심장 영암)

3국 마한의 심장 영암 신진서(1지명) vs 수려한 합천 판인(후보)
신진서, 176수 백 불계승. 마한의 심장 영암 2-1 수려한 합천

지난해 10월 취저우 란커배 준결승에서 치열하게 붙었던 두 선수가 재회했다. 당시 신진서는 판인에게 불계승을 거뒀고, 통산 전적 역시 3승 1패로 앞서 있다. 판인은 4라운드 이지현(원익)에게 패한 후 두 번째 출전.

초반 신진서의 무리수가 등장하면서 형세가 기울었다. 판인이 실리도 시간도 넉넉한 가운데 맞이한 중반전. 좌하귀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다. 상대의 단수에 무심코 한 점을 늘자마자, 90%에 육박했던 그래프의 색깔이 곧바로 뒤바뀌었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판인이 남은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신진서의 승리로 영암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 이날 대국 초반, 이전과 다른 이상 감각을 노출했던 신진서(마한의 심장 영암)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올 시즌 9전 전승 포함 바둑리그 17연승을 질주했다.

4국 수려한 합천 신민준(1지명) vs 마한의 심장 영암 쉬하오훙(후보)
신민준, 166수 백 불계승. 수려한 합천 2-2 마한의 심장 영암

3국에 이어 1지명과 용병 간의 빅매치가 계속됐다. 지난해 8월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에 이은 리턴 매치. 당시 대국에서 쉬하오훙에게 불계승을 거둔 신민준은 오는 12일부터 이치리키 료(一力 遼)와 결승 3번기 한일전을 앞두고 있다.

바둑은 초반부터 중앙 빵따냄을 허용한 신민준의 불리한 형세로 출발했다. 다시 균형을 맞춘 중반 무렵, 신민준이 좌변 상대 모양을 초토화하면서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수려한 합천이 2-2 동점을 만들며, 기어코 최종국이 성사됐다.


▲ 1주일 뒤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무대에 오르는 신민준(수려한 합천)이 대만의 일인자 쉬하오훙(마한의 심장 영암)을 꺾고 상대 전적 5승 1패 우위를 지켰다.

5국 수려한 합천 김형우(5지명) vs 마한의 심장 영암 심재익(3지명)
김형우, 251수 흑 불계승. 수려한 합천 3-2 마한의 심장 영암

심재익과 김형우, 리그를 대표하는 장고파이자 수비형 선수들이 최종국에서 만났다. 앞선 4판의 대국이 한순간에 무너진 단명국이었다면, 5국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중반전 김형우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잡았지만, '평화주의자'답게 타협을 반복하며 승부를 이어갔다. 종반 심재익이 가까스로 패를 만들며 대역전의 기회를 잡았는데, 너무 작은 팻감을 사용한 것이 마지막 패착이 되었다. 김형우가 천신만고 끝에 3-2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 막판 결정적 위기에도 침착하게 블루 스팟을 찾아내며 승리를 지킨 김형우(수려한 합천)가 6라운드 GS칼텍스전에 이어 또다시 극장골을 넣었다.

마한의 심장 영암은 이날까지 풀세트 접전을 벌인 6경기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다승 1,2위 신진서와 홍성지라는 강력한 원투 펀치를 보유하고도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조한승, 박영훈이라는 걸출한 베테랑들의 마무리로 풀세트 6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던 영암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노릇이다. 최종국 트라우마에 대한 한해원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9라운드를 마친 결과, 원익이 7승으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6승의 울산 고려아연이 2위, 5승의 한옥마을 전주와 영림프라임창호가 뒤를 쫓고 있다. 각 팀이 5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오는 8일 속개되는 10라운드 첫 경기는 당장 연패 탈출이 시급한 GS칼텍스와 풀세트 트라우마 탈출이 절실한 마한의 심장 영암의 절절한 대결이다. 이어서 정관장-원익, 울산 고려아연-수려한 합천, 한옥마을 전주-영림프라임창호의 대진이 예정되어 있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와아!" 신민준(수려한 합천)이 중앙에서 찝는 절묘한 맥을 구사하자, 이현욱 해설과 류승희 캐스터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바둑TV 중계화면 캡처)

▲ 3국을 앞두고 신진서의 상대 선수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는 마한의 심장 영암 선수단

▲ 4국 종료 후 한결 밝아진 수려한 합천 검토실. 왼쪽부터 고근태 감독, 김승진, 진위청(원익), 투샤오위(GS칼텍스), 판인

▲ 진위청(가운데)은 연말부터 열흘 정도 한국에서 일정을 보내고 있고, 투샤오위(오른쪽)는 이틀 전 대국을 마치고 계속 머물고 있다고 판인(왼쪽)이 유창한 한국말로 귀띔했다.

▲ "인터넷 바둑에서 왕싱하오 등 실력 차이가 나는 선수들을 연이어 이기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이창석(왼쪽),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상대방 연구도 하며 시합 준비를 했다"며 승리의 비결을 밝힌 김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