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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윤(왼쪽)과 심재익이 마주한 1국 |
믿었던 용병 당이페이의 패배에도 영림프라임창호는 웃었다. 12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2경기에서 영림프라임창호가 5국까지 끈질기게 추격한 마한의 심장 영암을 3-2로 따돌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했던 두 팀이 만났다. 지난주 정관장을 3-0 셧아웃시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영림과 '절대 지존' 신진서의 7연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영암. 우승 후보로 꼽혔던 두 팀 모두 3승 3패를 기록 중인 가운데 선두권 진입을 위한 중요한 한판 승부였다.
1국 영림프라임창호 강동윤(1지명) : 마한의 심장 영암 심재익(3지명)
강동윤, 196수 백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1-0 마한의 심장 영암
영림은 3라운드 연속으로 주장 강동윤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영암 심재익의 유려한 행마에 고전하던 강동윤은 중반 전투에서 승기를 잡고 시즌 3승째를 올렸다. 시즌 초반 연패에 빠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강동윤은 지난 시즌 MVP의 면모를 서서히 되찾고 있다. 반면 3경기 연속 1지명 선수를 상대하는 불운 속에 심재익은 시즌 성적 2승 5패에 그쳤다. 영림이 기선을 제압했다.
▲ 본래의 경기력을 회복하며 살아나고 있는 '바둑리그의 사나이' 강동윤
2국 영림프라임창호 송지훈(3지명) : 마한의 심장 영암 최광호(5지명)
송지훈, 181수 흑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2-0 마한의 심장 영암
1국 종료 후, 영림 검토실 카메라에 용병 당이페이의 모습이 잠깐 포착됐지만, 양 팀 감독은 2국 대국자로 3지명 송지훈과 5지명 최광호를 선택했다. 이번 시즌 4승 1패로 팀의 든든한 허리를 지키고 있는 송지훈은 강력한 힘으로 최광호를 압도하며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용병까지 여유가 생긴 영림이 2-0으로 순조롭게 승리하는 듯 보였다.
▲ GS칼텍스 나현(5승 1패)과 더불어 최강의 3지명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송지훈
3국 마한의 심장 영암 신진서(1지명) : 영림프라임창호 강승민(4지명)
신진서, 179수 흑 불계승. 마한의 심장 영암 1-2 영림프라임창호
개인 일정과 비자 문제로 매 라운드 출전이 여의치 않은 외국인 선수는 대국에 나서지 않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1~3국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외국인 선수가 출전한 13차례 모두 3국 이내에 등판했다. 그러나 박정상 영림 감독은 예상을 깨고 3국 오더지에 강승민의 이름을 올렸다.
막판에 몰린 영암은 신진서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바둑은 초반부터 단 한 차례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은 신진서의 완승이었다. 신진서는 이번 시즌 7전 전승을 포함해 전기부터 이어온 연승 행진을 15연승으로 늘렸다.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강승민은 승리 없이 5연패 부진에 빠졌다. 영암의 추격이 시작됐다.
▲ 1라운드 랴오위안허(울산 고려아연)와의 접전을 제외하고, 모든 상대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며 바둑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신진서
4국 마한의 심장 영암 홍성지(2지명) : 영림프라임창호 당이페이(후보)
홍성지 285수 백 0.5집 승. 마한의 심장 영암 2-2 영림프라임창호
4국에서 영암은 2지명 홍성지를, 영림은 아껴뒀던 당이페이를 출격시켰다. 특유의 유려한 행마를 구사한 홍성지가 실리에서 앞서며 맞이한 종반전. 다소 복잡해 보이는 사활을 착각한 홍성지가 잠시 당이페이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냉정을 되찾은 홍성지가 완벽한 마무리로 끝내 반집을 남겼다. 홍성지의 분전으로 영암이 2-2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월드 챔피언' 당이페이를 격파하며 이변을 연출한 영암의 맏형 홍성지
5국 영림프라임창호 박민규(2지명) : 마한의 심장 영암 이재성(4지명)
박민규, 186수 백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3-2 마한의 심장 영암
팀의 운명이 걸린 최종국. 2지명 선수 중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민규와 송태곤 해설이 오늘의 키플레이어로 지목한 이재성이 마주 앉았다. 다만 상대 전적은 박민규 기준 9승 무패.
일방적인 상대 전적을 반영하듯 판세 역시 일찌감치 기울었다. 박민규의 승률 그래프가 99%에 달할 무렵, 이재성의 승부수가 작렬하며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혔다. 그러나 팀의 리버스 스윕을 목전에 둔 이재성의 결정적인 패착이 나왔다. 박민규가 팀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 신진서와 이재성을 상대로 극과 극의 전적을 보유한 박민규는 9전 전패의 신진서를 피하고, 9전 전승의 이재성을 만나 다시 한번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13일 열리는 7라운드 3경기는 정관장과 수려한 합천의 대결이다. 1국 선발은 안국현(정관장)과 신민준(수려한 합천)이 예고됐다. 상대 전적은 안국현이 신민준에게 3승 1패로 앞서 있지만 8년 만의 만남이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년 2월까지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3국을 앞둔 영암 검토실. 지난 10월 취저우 란커배 결승에서 우승컵을 내준 당이페이에게 설욕전을 벼르던 신진서(오른쪽 첫번째)가 모니터로 오더를 확인하자마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둑TV 송태곤 해설과 최유진 캐스터의 탄식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 4국에서 당이페이를 제압한 홍성지가 검토실로 돌아오자 영암 선수단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 1라운드 이후 두 달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당이페이(오른쪽 첫 번째)와 영림 선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