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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국에 나란히 마주 앉은 원익 박정환(왼쪽)과 김승재(GS칼텍스) |
선두 자리를 둘러싼 쟁탈전에서 원익이 GS칼텍스를 끌어 내리고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28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2경기에서 원익이 GS칼텍스와 최종국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현재 1위를 지키고 있는 GS칼텍스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원익이 피할 수 없는 정면 승부를 펼쳤다. 양 팀 모두 중국리그 개최와 비자 발급 문제 등으로 용병들의 출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 간의 진검승부를 펼쳤다.
1국 GS칼텍스 원성진(1지명) : 원익 박정환(1지명)
원성진, 227 흑 불계승. GS칼텍스 1-0 원익
박정환과 원성진 모두 1지명자에 걸맞는 명승부를 펼쳤다. AI가 예상한 블루스팟을 여러 차례 적중시키며 빼어난 감각을 선보였다. 팽팽한 형세로 맞선 중반전, 의외의 장면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박정환이 하변 흑진에 침투한 백돌을 아무런 대가 없이 헌납하면서 형세가 흑에게 급격히 기울었다.
원성진은 박정환을 상대로 지긋지긋한 9연패를 끊어내며 4년 2개월 만에 귀중한 승리를 올렸다. 그러나 통산 전적은 8승 19패로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GS칼텍스의 주장 원성진
2국 원익 이지현(2지명) : GS칼텍스 김정현(2지명)
이지현, 203수 흑 불계승. 원익 1-1 GS칼텍스
양 팀 감독은 초반부터 총력전에 나섰다. GS칼텍스 김영환 감독은 원익 선수들에게 전반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김정현(랭킹 19위)을, 1국 패배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원익 이희성 감독은 이지현(랭킹 6위)을 출전시켰다. 두 선수의 11월 기준 랭킹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상대 전적은 오히려 김정현이 8승 5패로 앞서 있다.
2국 초중반은 김정현의 페이스였다. 그러나 이지현이 우변에서 상대 약점을 추궁하며 형세는 일순간에 대역전됐다. 이후 한창 혼전이 펼쳐졌고, 결국 이지현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지현은 중반 한때 5% 아래로 곤두박질 쳤던 불리한 형세를 역전시키며 양 팀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 2라운드 영림 전에서 하루 2패의 악몽을 겪었던 이지현은 이날 승리로 4승 2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3국 GS칼텍스 나현(3지명) : 원익 강지훈(5지명)
나현, 219수 흑 불계승. GS칼텍스 2-1 원익
최근 3연승 중인 나현과 2연승 중인 강지훈. 기세가 좋은 두 기사가 맞붙었다.
초중반 주도권을 잡은 강지훈은 기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유리한 국면에 하변의 백돌을 무리하게 중앙으로 끌고 나오면서 형세를 그르쳤다. 승기를 잡은 나현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불계승을 거뒀다.
나현은 개막전 패배 이후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고, 5지명 선수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강지훈은 시즌 첫 패점을 안았다.
▲ "나현이 달라졌어요." 경기 중반 승기를 잡자 상대를 몰아 붙이며 연일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나현
4국 원익 이원영(3지명) : GS칼텍스 권효진(4지명)
이원영, 215수 흑 불계승. 원익 2-2 GS칼텍스
원익은 같은 날 경남 합천에서 열린 하찬석국수배 한ㆍ중 영재대결에 출전한 김은지의 공백으로 3국 종국 후 이원영만 남았다. 이에 맞서 GS칼텍스 김영환 감독의 선택은 권효진이었다.
아직까지 시즌 첫 승이 없는 권효진은 이원영을 상대로 대마의 사활이 걸린 난전을 이끌었지만 결승점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원영의 귀중한 동점타로 원익은 승부를 최종국으로 끌고 갔다.
▲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귀중한 승리로 바둑리그 통산 111승을 기록한 이원영
5국 원익 박정환(1지명) : GS칼텍스 김승재(5지명)
박정환, 188수 백 불계승. 원익 3-2 GS칼텍스
팀의 운명이 걸린 최종국.
원익은 1국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주장 박정환을 다시 투입했고, GS칼텍스는 김승재의 이변을 기대했다. 그러나 1국과 달리 박정환은 시종일관 안정적인 운영으로 완승을 거두며 팀 승리까지 결정지었다. 박정환은 시즌 성적 2승 3패를 기록했고, 김승재는 신진서와 박정환 등 1지명 강자들을 상대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 최종국에서 결승점을 올리며 팀을 단독 선두로 이끈 박정환.
그러나 시즌 성적 2승 3패는 박정환의 이름값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이희성 감독은 주장의 부활이 간절하다.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원익이 GS칼텍스에게 3-2 재역전극을 펼치며 이번 시즌 첫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이날 패한 GS칼텍스는 3위로 내려 앉았다. 특히 권효진과 김승재의 승리가 아직 없어, 이번 시즌 강력한 1~3지명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김영환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5라운드 3경기는 공동 4위에 자리하고 있는 한옥마을 전주와 수려한 합천의 대결. 1국에서 강유택(한옥마을 전주)과 김승진(수려한 합천)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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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년 2월까지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원익 검토실은 이희성 감독과 대부분의 선수들이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한 검토에 익숙하다.
▲ 원익의 분주한 검토실과 대조적으로 GS칼텍스의 검토실은 노트북도 없고 바둑판도 한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