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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과 안국현이 보여준 “이것이 승부다!”
울산 고려아연, 정관장에 3-2 역전승... 랴오위안허·최재영·류민형 승리 합창
  • [KB바둑리그]
  • 강헌주 전문기자 2025-11-24 오전 1:41:00
▲ 월드 챔피언 랴오위안허(왼쪽)와 최재영(오른쪽)의 활약 속에 울산 고려아연이 활짝 웃었다.

자정을 넘긴 승부, 그 결정적인 차이는 딱 반집이었다.
울산 고려아연이 천신만고 끝에 값진 첫 승을 신고했다. 23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4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정관장을 상대로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뒀다.

1국 정관장 김명훈(1지명) :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4지명)

하위권에 쳐져 있는 두 팀의 절박한 대결이 펼쳐졌다. 개막전 승리 후 연패에 빠진 정관장과 아직 첫 승을 거두지 못한 울산 고려아연 모두 승리가 간절한 4라운드 마지막 경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울산 고려아연은 농심배 출전으로 인한 주장 안성준의 결장이 확정되면서 더욱 힘겨운 싸움이 예고됐다.

개막전부터 3연승을 달리고 있는 김명훈과 3년 만에 바둑리그에 복귀한 송규상이 선발로 맞붙었다. 김명훈은 초반에 잡은 승기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불계승을 거두며,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송규상은 팀의 연패 탈출이라는 막중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선취점을 허용했다. 김명훈, 254수 흑 10.5집 승.

▲ 서건우 심판의 1국 개시 선언이 있을 때만 해도 두 팀 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 4년 만에 정관장으로 귀환한 주장 김명훈이 개막전부터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다.

2국 울산 고려아연 랴오위안허(후보) : 정관장 박하민(4지명)

1국 패배로 선택지가 좁아진 박승화 고려아연 감독은 랴오위안허를 투입했고, 최명훈 정관장 감독은 박하민으로 맞섰다.

이번 주 초 삼성화재배에서 한중 최고수들을 연파하며 완벽한 우승을 차지한 랴오위안허가 박하민을 상대로 절정의 컨디션을 재확인했다. 한때 초읽기 시간을 6분 이상 누적하면서도 AI 블루스팟을 여러 차례 적중시키며 월드 챔피언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랴오위안허는 시즌 첫 승을 따냈고, 박하민은 개막전 승리 후 3연패의 늪에 빠졌다. 랴오위안허, 215수 흑 불계승.

▲ 대국 중 음료수를 마시며 월드 챔피언다운 여유를 보인 랴오위안허. 바둑TV 승자 인터뷰에서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대국이 즐겁고, 기회가 닿는 한 계속 참가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3국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2지명) : 정관장 안국현(3지명)

승부 호흡이 비슷한 두 선수의 대결인 만큼 차분한 운영의 장기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3국은 예상과 달리 패싸움으로 시작해 패싸움으로 끝나는 초유의 난타전으로 치달았다.

초반 우변에서 시작된 패싸움은 중반 좌변을 거쳐 종반 중앙에 이르기까지 반상 전체를 휘몰아쳤다. 300수를 넘긴 역대급 난전 끝에 최재영의 반집승. 마지막 패싸움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면서 승리의 여신은 끝내 안국현을 외면했다. 최재영의 시즌 첫 승과 함께 울산 고려아연이 2-1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최재영, 305수 백 0.5집 승.

▲ 바둑리그 역사상 손에 꼽힐 만한 최재영(왼쪽)과 안국현의 끝장 승부가 시작됐다.
▲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3국 계가를 마친 후, 흑백 돌로 빼곡하게 채워진 바둑판이 최재영과 안국현의 혈투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4국 정관장 박상진(2지명) : 울산 고려아연 한태희(5지명)

지난해 정관장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옛 동료 간의 대결.
지난 시즌 정관장 4지명이었던 박상진은 올 시즌 같은 팀 2지명으로 초고속 승진했고, 정관장 5지명이었던 한태희는 울산 고려아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앞선 3국의 치열함과는 대조적으로 4국은 박상진의 일방적 우세 속에 싱겁게 막을 내렸다. 박상진은 시즌 2승 2패를 기록했고, 한태희는 승리 없이 3패를 안았다. 2-2 원점으로 돌아간 승부는 최종국으로 넘어갔다. 박상진, 202수 백 불계승.

▲ 지난 2경기 연패의 아픔을 딛고 박상진이 옛 동료 한태희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5국 울산 고려아연 류민형(3지명) : 정관장 최민서(5지명)

4라운드 마지막 경기 역시 최종국에서 승패가 가려졌다. 울산 고려아연은 5국을 위해 아껴둔 류민형을 투입했고, 정관장은 직전 3라운드에 이어 또다시 최민서를 출격시켰다. 류민형은 초중반 불리한 국면을 뒤집고 노련한 마무리로 최종국 승점을 가져왔다. 반면 데뷔 시즌을 치르는 최연소 바둑리거 최민서에게 연속된 최종국 승부는 감당하기 버거운 무게였다. 류민형, 232수 흑 불계승

▲ 긴장되는 최종국에서 승리를 따낸 류민형이 울산 고려아연의 시즌 첫 승을 완성했다.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랴오위안허의 기운이 팀 전체에 전해진 것일까. 울산 고려아연이 역대급 혈투 끝에 시즌 첫 승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반면 이번 시즌 토종 선수만으로 분전하고 있는 정관장은 2라운드부터 3경기 연속 2-3 석패를 당했다.

4라운드 네 경기를 모두 마친 결과, 3승을 거둔 GS칼텍스와 원익이 선두권을 형성했고 전승 팀과 전패 팀은 모두 사라졌다. 5라운드 1경기는 오는 27일 전남 영암에서 마한의 심장 영암과 정관장의 지역 투어 경기로 재개된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년 2월까지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최명훈 감독과 김명훈 주장을 주축으로 한 Team '명훈' 정관장 검토실
▲ 극적인 반집승을 거두고 검토실에 복귀한 최재영을 중심으로 복기에 열중하고 있는 울산 고려아연 팀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