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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품은 마한의 심장 영암, 첫 경기 포효
한해원 감독의 파격 카드 실험 속 1,2,3지명 나란히 승리
  • [KB바둑리그]
  • 강헌주 전문기자 2025-10-26 오전 12:57:55
▲ 경기 전 파이팅을 외치는 마한의 심장 영암 선수단 (왼쪽부터 최광호, 이재성, 심재익, 한해원 감독)

'절대지존' 신진서를 품은 마한의 심장 영암이 첫 경기부터 포효했다.
25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3경기에서 마한의 심장 영암이 울산 고려아연을 3:1로 제압하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 지난 시즌 '승리공식' 안성준(오른쪽)에게 2년간 몸 담았던 친정팀에 대한 자비는 없었다. 그리고 승리공식도 성립하지 않았다.

통상 첫 경기는 기선을 잡기 위해 에이스급 선수를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마한의 심장 영암 한해원 감독은 파격적인 선발 카드를 제출했다. 안성준을 상대로 무려 15전 전승의 '절대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는 신진서 대신, 바둑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4지명 이재성을 첫 주자로 내세운 것. 한 감독은 "안성준 상대로 통산 1승 1패를 기록한 이재성이 결과를 떠나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선발 배경을 밝혔다.

▲ 올해 대통령배 준우승의 상승세 속에 마한의 심장 영암의 첫 주자로 발탁된 이재성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27세의 늦깎이 신인 이재성은 유연한 행마를 선보이며 중반 한때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이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불계패했다. 10월 현재 국내 랭킹 4위까지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안성준은 지난 시즌까지 몸 담았던 친정팀을 상대로 선취점을 올렸다.

▲ 대국 시작 전부터 랴오위안허(왼쪽)는 명상을 하며 의지를 불태웠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신진서는 심판의 호출을 받고 뒤늦게 자리에 앉았다.

2국에서 빅매치가 성사됐다. 깜짝 선발카드가 수포로 돌아간 마한의 심장 영암은 '확실한 1승' 신진서를 출전시켰다. 이번에는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차례.
신진서의 등판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낮은 지명을 낼 수도 있지만, 박 감독의 선택은 외국인 선수 랴오위안허(중국 랭킹 13위)였다. "상대 전적이 열세인 것을 알고 있지만 바둑리그에서 서로 첫 대면이고, 속기에 능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순리를 택한 것이다.

▲ 열흘간의 란커배 일정, 사흘간의 보령 빅매치, 바둑리그 미디어데이 등 연일 강행군으로 체력이 바닥난 신진서는 폐렴 증세로 수척해진 모습이다. 체중이 5kg이나 빠지고, 경기 중 기침을 하면서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 바둑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머리를 쥐어 뜯는 버릇이 있는 랴오위안허.
종국 후 랴오위안허의 머리카락이 온통 곤두서있다

서로 거대한 모양을 키워가며 팽팽했던 흐름은 신진서가 상변 백진에 침투하면서 형세를 단번에 역전시켰다. 이후 상대의 흔들기를 빈틈없이 막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 오늘 경기의 변곡점이 된 홍성지(왼쪽)와 송규상의 대국

오늘의 승부처가 될 수 있는 3국.
마한의 심장 영암은 바둑리그 통산 129승의 베테랑 홍성지(2지명)가 출격했고, 울산 고려아연은 3시즌 만에 복귀한 송규상(4지명)으로 맞섰다. 유려한 기풍을 가진 두 선수의 대결에서 홍성지는 시종일관 무리하지 않는 노련한 운영으로 역전 승점을 가져갔다.

▲ 심재익(오른쪽)이 상위 지명자 최재영을 꺾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바둑도 기세가 중요하다. 승기를 잡은 마한의 심장 영암 심재익(4지명)이 막판에 몰린 최재영(2지명)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압박한 끝에 4국에서 오늘의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 감독부터 용병까지 열띤 복기로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울산 고려아연 검토실

사실 오늘 경기 전까지 양 팀은 상반된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 창단 후 개막전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싶었던 울산 고려아연과 개막전 무승 기록을 깨고 싶었던 마한의 심장 영암. 오늘의 결과로 두 팀의 개막전 징크스는 모두 깨졌다.

▲ 김여원 캐스터 "홍성지 선수의 심박수가 146인데요."
유창혁 해설 "바둑이 좋은데 왜 그렇죠? 혈압이 높은가요?"

▲ 바둑리거 맏형 3인방으로 언제까지 활약할지 묻는 질문에 홍성지는 한술 더 떴다.
"예전에는 40살까지만 뛰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원성진 9단의 지독한 모습을 보면서 본받아 열심히 하겠다."

▲ 1라운드 3경기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