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박정환 앞세운 화성시코리요, 한국물가정보 대파
원성진 잡은 최재영 일등 공신...한국물가정보에 4-1 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05-21 오전 4:29:23
▲ 역시 박정환. 올 시즌 화성시코리요 1지명으로 새 둥지를 튼 박정환이 지난 시즌 '장고 판의 황제'로 위용을 떨친 박영훈을 꺾고 팀의 3-0 스트레이트 승리를 결정 지었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3경기
충격의 한국물가정보...'황소 투톱'에 'GS안'까지 모두 패배


지난 4월의 선수선발식이 끝났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목한 이번 시즌 우승 후보는 포스코켐텍과 정관장 황진단이었다. 3연속 통합 우승을 이룬 티브로드는 사실상 해체된 거나 다름 없기에 지난 시즌의 좋은 전력을 그대로 보유한 두 팀에 시선이 쏠린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조만간 크게 수정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화성시코리요. 뚜껑을 열어보니 이 팀이 생각보다 훨씬 센 팀이었다.

▲삼십대 후반의 초보 감독이지만 느물느물한 구석이 있고 상대의 패를 간파하는 예리함과 두둑한 배짱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박지훈 감독(사진 왼쪽 맨앞)과 박정환이 새로 가세한 화성시코리요를 우승 후보의 반열에 놓는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

2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3경기에서 화성시코리요가 한국물가정보를 4-1로 완파했다. 강유택, 최재영이 연달아 두 판을 쓸어담은 다음 '믿는 주장' 박정환이 장고대국에서 박영훈을 물리치며 일찌감치 3-0 승리를 결정 지었다. 기세가 오른 화성시코리요는 이후 송지훈이 한태희에게 한 판을 내주었을 뿐 4지명 김승재마저 GS칼텍스배 우승자 안국현을 꺾는 기염을 토하며 대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 이번 시즌 박영훈을 주장으로 영입해 '황소 투톱'을 구축한 한국물가정보. 2패로 위기에 몰리자 한종진 감독(사진 가운데)이 검토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지난 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최재영이었다. '황소 투톱'의 하나인 원성진의 하드 펀치를 되받아쳐 거꾸로 대마를 잡는 기염을 토했다. 상대의 명성에 주늑들지 않는 파이팅과 정밀한 수읽기가 돋보였다.

▲ 한발 삐끗하면 바로 낭떠러지인 살벌한 수싸움이 전개된 3국. 원성진이 충분한 사전 장치를 해놓지 않고 몰아붙이는 틈을 파고든 최재영의 역습이 매서웠다(195수 흑 불계승).

장고판에 박영훈이 출전할 것을 예상하고 박정환으로 하여금 맞불을 놓은 초짜 감독의 과감함도 주효했다. 초반 밋밋한 포석 탓에 박영훈의 페이스로 흘러가던 바둑은 중반 들어 박정환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급격히 미세해졌다. 그럼에도 종반 무렵엔 박영훈이 조금 두터운 게 아닌가 했던 것이 국가대표팀의 의견. 하지만 직후 버그와도 같은 박영훈의 끝내기 실수가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박정환쪽으로 승부가 기울었다.

▲ 새 팀으로 이적한 첫 경기에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박정환. "선수들 유니폼이 모두 흰색인데 박정환만 특이하다" 박지훈 감독에게 물었더니 "준비한 하의가 두 벌인데 박정환만 다른 걸 입고 왔다"며 멋적어했다.

승부와는 무관했지만 올해의 가장 핫한 사나이 'GS안'을 4지명 김승재가 꺾은 것도 화성시코리요를 기쁘게 했다. 92년 동갑내기지만 3년이나 입단이 빨랐던 김승재의 자존심이 1집반, 박빙의 승리를 이끌었다. 믿었던 '황소 투톱'의 패배에 컨디션 절정의 안국현까지 팀의 1~3지명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한국물가정보는 할 말을 잊었다.

▲ 수 년에 걸쳐 띄엄띄엄 둔 것이긴 하지만 상대 전적에서 4전 전승으로 안국현에게 크게 앞서 있었던 김승재(왼쪽). 이날 박정환을 비롯해 강유택, 김승재까지 티브로드의 핵심 주전으로 활약했던 세 명이 모두 승리한 것을 '티브로드 영광의 재현'이라고 표현한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

▲떨렸을 법한 첫 경기를 대승으로 이끈 화성시코리요 박지훈 감독과 일등 공신 최재영.
(박지훈 감독)
"생각보단 긴장감이 덜해 괜찮았다" "한 판 한판의 결과에 연연하기 길게 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재영)
"초반이 안 좋게 짜여 실리로 따라잡을 생각을 했다" "중반 싸움은 거꾸로 내가 끝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상대에게서 큰 실수가 나왔다"

21일엔 정유업계 라이벌 SK엔크린과 Kixx가 1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민규-김기용, 안성준-김지석, 홍성지-백홍석, 이태현-윤준상, 이영구-강승민(이상 앞이 SK엔크린).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제2국. '영재 3호' 설현준(오른쪽)의 KB리그 데뷔전이었지만 배테랑 중의 배테랑이자 'KB리그 최다 우승(7회)'의 기록을 갖고 있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172수 강유택 백 불계승).

▲ 제5국. 시종 꼿꼿한 자세의 한태희(왼쪽)가 송지훈을 물리치고 팀의 영패를 막았다.

▲ 이날 바둑TV는 첫 번째 일일MC로 인천 연수구에 사는 김병순 할머니(79)를 초대했다. 지난 개막식 때 '재야의 기록원'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김할머니의 취미는 바둑리그의 모든 기록을 빠짐 없이 공책에 적는 것.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쌓인 기록만 공책 4권 분량이라고 한다. 궁금했던 기력에 대해선 "인터넷 6급에서 왔다갔다 하는 정도"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