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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람 수준이 아닌데요"...정규시즌 종료
티브로드, 포스코켐텍 연승 저지하며 '유종의 미'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10-24 오전 5:55:19
▲ 정규시즌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이동훈(18. 티브로드 2지명)이 변상일(19. 포스코켐텍 3지명)을 꺾고 팀의 대승을 견인했다. 차세대 주자 간의 라이벌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대국에서 이동훈은 상상을 초월하는 강수로 변상일의 대마를 잡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6 KB국민은행바둑리그 18라운드 4경기
티브로드, 포스코켐텍에 4-1 승...김승재는 마지막(9월) 월간 MVP 수상

2016 KB리그 정규시즌이 티브로드-포스코켐텍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열전의 막을 내렸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막바지까지 짜릿함이 있었던 여느 때와는 달리 한발 앞서 결정된 때문인지 마지막 라운드에 와서는 그다지 흥이 돋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만은 달랐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대결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미리부터 상대의 기를 꺾어 놓겠다는 양 팀의 의지가 정면 충돌했다. 결과 역시 예상 밖이었다. 2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8라운드 4경기에서 3위 티브로드가 정규시즌 1위 포스코켐켁을 4-1로 꺾었다.


▲ 티브로드는 이동훈의 선제점에 이어 4지명 강유택(왼쪽)이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을 꺾는 개가를 올리며 2-0 으로 앞서나갔다. 최철한과의 상대 전적을 4승5패로 좁힌 강유택은 11승5패로 다승 공동 4위에 랭크되며 2010년(13승)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무적의 10연승 행진을 펼치며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포스코켐텍과 박정환이 빠진 티브로드의 대결. 누구나 포스코켐텍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티브로드의 대승이었다.

이동훈-강유택-김승재의 스트레이트 승리로 일찌감치 승부를 끝낸 다음, 최종국에서 퓨처스 선수 이어덕둥마저 승리하며 전반기 박정환 부재시 당한 1-4 패배를 고스란히 돌려줬다.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포스코켐텍의 연승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며 '진정한 챔피언은 우리'라고 외치는 듯 보였다.


▲ 장고대국(1국)에서 김승재가 포스코켐텍의 장고판 전담 윤찬희를 꺾고 3-0 팀 승리를 결정 지었다. 전반기에 2승6패로 부진했던 김승재는 후반 들어 6연승 포함 7승1패로 대활약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 김승재(24.티브로드 3지명)는 마지막 경기 결승점에 MVP짜지 수상하며 기쁨 두 배가 됐다.
"전반기에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후반기에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 팀원들이 잘해주고 있어 리그 3연패를 자신한다"는 소감과 함께 "감독님이 비싼 밥을 사주셨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피력했다.


"이건 사람 수준이 아닌데요"

빅카드는 단연 2국이었다. 97년생 변상일과 98년생 이동훈의 차세대 주자 간 라이벌 대결이었기 때문. 랭킹(9위)은 변상일의 그것(11위)보다 앞서나 상대 전적에서 2전 2패를 당하고 있던 이동훈이 작심한 듯 대마사냥에 나서자 중계석 포함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장면도 1> 이동훈의 흑1이 상상을 초월하는 파호 수단. 이 수가 놓이는 순간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입에서 '억'하는 비명이 터졌다. 백2에 흑3도 잡는다는 확신이 없이는 두기 어려운 수. 중계석 이소용 캐스터의 입에서 "지금 이동훈 선수가 두는 게 맞나요(?). 앞으론 침착한 바둑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라는 소리가 나왔다.



▲ 이 장면에서 티브로드의 반응은 이랬다.



▲ 건너편 김성룡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야야 저게 뭐니, 동훈이가 저럴 땐 죽었다는 거야"하며 국가대표 검토진을 파고들었다.



▲<장면도 2> 일정 수순이 경과한 후 변상일이 백1로 살자고 했을 때 잇지 않고 흑2로 둔 것이 40초 속기바둑에서 두어진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묘착이자 결정타. 계속해서 백3에는 흑4의 파호. 이후 백대마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사는 수가 안 보이자 이희성 해설자의 입에서 탄식처럼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이건 사람 수준이 아닌데요...".


마침표는 팀의 마지막 경기에서 KB리그 첫 출전의 기회를 얻은 퓨처스 선수 이어덕둥이 찍었다. 포스코켐텍 4지명 류수항을 넉넉한 차이로 제치며 정규시즌 72경기, 360국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 올 1월에 입단해 톡톡 튀는 끼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국가대표 팀의 메시지를 전담하다시피 해온 이어덕둥(18. 왼쪽)이 잊지 못할 데뷔전 승리를 안았다. 항시 밝고 싹싹한 이어덕둥이 잔뜩 굳은 얼굴로 대국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칠 때마다 여기저기서 "저런 모습은 처음 본다"는 말과 함께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 포스코켐텍은 2지명 나현(왼쪽)이 박민규를 꺾은 것이 유일한 승리가 됐다. 12승2패로 정규시즌을 마친 나현을 두고 '아쉬운 다승왕'이라는 국가대표팀의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 우승상금 2억원의 주인공은... 11월 3일부터 포스트시즌 돌입

마지막 경기에서 티브로드가 예정대로 3위를 지키면서 1위 포스코켐텍을 비롯해 정관장 황진단,티브로드,SK엔크린(2~4위 순)의 포스트시즌 대진과 일정이 확정됐다.

프로야구와 같은 스텝래더 방식으로 진행되는 포스트시즌에선 정규시즌 3위 티브로드와 4위 SK엔크린이 준플레이오프를, 거기서 승리한 팀이 2위 정관장 황진단과 플레이오프를 치른 다음 최종적으로 1위 포스코켐텍과 챔피언결정전을 갖게된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원,준우승 1억원,3위 6,000만원,4위 3,000만원. 준플레이오프는 단판,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3판2선승제로 치러지며, 경기당 3승을 거두면 승부가 끝난다.

포스트시즌의 포문을 여는 티브로드와 SK엔크린의 준플레이오프 경기는 11월 3일~4일 열리며(오후 1시). 이에 앞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네 팀은 27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미디어데이를 갖는다.





▲ 팀 10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한 포스코켐텍의 우승으로 2016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