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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승 나현, '알파나'가 따로 없네
포스코켐텍, 선두 정관장 황진단 꺾고 5연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6-08-28 오전 5:23:49
▲ 이번 시즌 신진서와 더불어 전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나현(포스코켐텍 2지명)이 정관장 황진단의 '에이스 킬러' 박진솔을 제압하고 팀 승리를 견인했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
포스코켐텍, 정관장 황진단에 3-2 승...6승 고지, 2위로

"야, 못말린다 못말려. 완전 '알파나'야, 알파나"(김성룡 감독)

"바둑리그만 나오면 잘 두네(^^)" (최철한)

팀 스코어 1-1 상황에서 나현이 싸움 한 번 안 하고 박진솔을 완벽하게 제압해가자 포스코켐텍 검토실에 웃음꽃이 피었다. 상대 주장 신진서가 빠졌어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경기. 더구나 1패를 안고 시작한 경기에서 나현이 결정적인 승리의 마중물을 놓자 닫혀있던 입이 활짝 열린 것이다.

'진격의 포스코켐텍'이 선두 정관장 황진단마저 꺾고 거침 없는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포스코켐텍은 27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을 3-2로 눌렀다. 팀은 5연승을 달렸고, 승리의 일등공신인 나현은 8연승을 질주하며 신진서의 9연승에 1승차로 다가섰다.

3지명 변상일의 랭킹(10위)이 1지명 최철한(11위)보다 높은 데다 나현(14위)까지 포진해 있어 '1지명이 세 명'이란 소릴 듣는 포스코켐텍이다. 주장 최철한이 3연승으로 완전히 살아나며 비할 수 없이 강해진 트리오의 전력이 이날도 위세를 떨쳤다.


▲2004년~2006년까지 3년간 국수 자리를 놓고 대결했고, 2009년에는 응씨배 결승에서 천하를 다투기도 했던 두 사람. 그 59번째 대결(최철한 30승28패)에서 최철한이 이창호 9단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며 불계승을 거뒀다. 최철한은 최근 4연승의 기세를 타며 5승4패. 이 9단은 지난 경기에 이어 연패를 당하며 6승4패가 됐다.


이날의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믿는 3지명 변상일이 상대 5지명 한승주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하면서 기선이 흔들렸다. 하지만 주장 최철한이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반격의 동점타를 날린 다음 2지명 나현이 결정적인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믿었던 한 축이 무너져도 끄떡없이 버텨내는 단단함이 과연 강팀다웠다.

이런 선전이 이번 시즌 내내 부진했던 5지명 윤찬희의 분발을 불러왔다. 장고대국에서 신진서의 대타로 출전한 퓨처스 선수 홍기표를 꺾으며 영양가 만점의 결승점을 올렸다(포스코켐텍 3-1 정관장 황진단). 최종국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패한 정관장 황진단은 5국에서 김명훈이 한 판을 만회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 초반 흐름이 괜찮았던 홍기표(오른쪽). 하지만 중반 이후엔 윤찬희가 혼자 두는 것 같은 흐름이 펼쳐졌고, 결국 옥쇄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최철한 1선 젖히자 국가대표팀 탄성

"아니, 제가 보기엔 역전인데 왜 여전히 51:49죠(?)"

이날의 최대 관심판이었던 이창호-최철한의 대국을 중계하던 이현욱 해설자의 입에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창호의 실리와 최철한의 중앙 두터움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뤘던 바둑은 이 9단이 끝내기에서 맹렬하게 따라붙으며 마침내 역전을 이뤄낸 것처럼 보였던 상황. 그런데도 국가대표 판정단에서 여전히 최철한의 우세를 말한다는 게 수상쩍었다.


▲ 화면 왼쪽 하단에 '어려워진 흐름'이라는 멘트와 함께 최철한의 51:49 우세라는 실시간 예측 자막이 보인다. 이현욱 해설자가 "이건 뭐죠(?)" 하자 김지명 진행자가 "햐, 아직도 역전이 아니라네요"하며 맞장구를 쳤던 대목.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후 모니터에 최철한이 우변 1선을 젖히는 수가 등장하자 국가대표 판정단에서 일제히 '아!'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중계석과 이창호 9단이 간과하고 있던 결정타. 이 수단이 남아 있는 한 역전은 아니라고, 차마 말로는 못하고 숫자로 강변해야 했던 판정단의 냉가슴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 우변 백□ 넉 점은 얼핏 아무 맛도 없이 잡혔다고 보이는 곳(당장 A로 끊는 것은 가로 때려내 백의 부담이 크다). 그 때문에 이 9단도 여긴 별 수 없으려니 생각하고 흑1로 손이 향했는데 이 수가 패착이 됐다(사전에 흑가의 패를 계속하며 나의 굴복을 받아놔야 했다). 그 안이함을 틈타 백2, 1선을 젖혀간 수가 최철한 회심의 한 수. 바로 막으면 이제는 A로 끊겨 안 되므로 흑3은 어쩔 수 없는데 백4로 흑만 부담인 꽃놀이패가 만들어졌다.


대어를 낚으며 5연승을 질주한 포스코켐텍(6승4패)은 동률의 SK엔크린을 개인 승수 하나 차이(포스코켐텍 27승, SK엔크린 26승)로 밀어내고 2위에 올라섰다. 5라운드까지 1승4패를 기록하며 바닥을 맴돌았던 팀이라곤 믿기지 않는 상승세다.

예상은 했지만 정관장 황진단은 주장 신진서의 결장이 역시 뼈져렸다. 지난 경기에서 티브로드에게 패하며 연승이 꺾인 데 이어 다시 패배를 당하며 7승3패. 여전히 선두 자리는 지켰지만 포스코켐텍과 SK엔크린, 6승의 두 팀에게 한게임 차의 추격을 허용하면서 정규리그 우승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현욱 해설자는 중계를 마무리지으면서 "포스코켐텍의 기세가 너무 무섭다. 이제는 정관장 황진단의 정규리그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왜 시간이 갈수록 더 안갯속일까요"라는 탄식성 멘트를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 올해 바둑리그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활약상이 없는 나현(19). 2011년 열여섯의 나이에 삼성화재배 4강에 오른 이후 5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현욱 해설자는 "2000년생 신진서의 등장으로 한창 나이인 나현이 벌써 중견이 된 느낌"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잠룡, 포기하기엔 아까운 한국 바둑의 자산이다. 이제부터의 절치부심과 분발을 간절히 바란다(아직 그에게는 쏘지 않은 두 개의 화살, 신야오배와 춘란배가 남아있다).


28일엔 5위(4승4패)의 BGF리케일CU와 6위(4승5패) 화성시코리요가 11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이지현-안조영,이원영-김정현,최정-이영구,이창석(퓨)-박정상,강동윤-홍성지(이상 앞이 BGF리테일CU). 전반기엔 화성시코리요가 4-1로 이긴 바 있으며, 승패와 관계 없이 늘 주목 대상인 최정은 상대 1지명 이영구와 대결한다. 이영구는 총각이긴 하지만 사실상 예약된 품절남이어서 미인계가 통할지는 미지수.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정관장 황진단은 부진했던 한승주(왼쪽)가 변상일의 대마를 잡는 개가를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끝내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았다.









▲ 김성룡 감독은 처음 데려온 아들 준우군(맞은편.10)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의미 있는 승리까지 더해져 기쁨 두배가 됐다. 아빠의 눈가 코를 꼭 빼닮은 준우 군의 기력은 인터넷사이트 3단 정도. 기자가 "잘 두네"하자 김 감독의 입에서 즉각 "무슨 소리, 보통 아이치곤 그럭저럭 두는 편이지만 바둑을 목표로 하는 아이라면 형편 없는 실력"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 신진서의 부재에 팀의 버팀목이었던 이창호 9단과 박진솔마저 두 경기 연속 패배하며 홍역을 앓고 있는 정관장 황진단. 내주에도 신진서의 결장이 예정된 가운데 화성시코리요를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