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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朴)팀의 신나는 '4-4-4 합창'
수려한 합천, 4승 대열 합류하며 1위 부상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9-11-16 오전 4:30:07
▲ 이 달 30일 결혼을 앞둔 박영훈 9단(왼쪽)이 설현준 5단의 열화와 같은 공세를 물리치고 귀중한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상대전적 2승2패의 균형을 맞춘 시즌 전적은 5승1패.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2경기
수려한합천, 사이버오로에 4-1


이번 시즌 KB리그 주전 선수 45명 가운데 박씨성 기사는 8명이다. 수려한합천은 이 중 절반인 4명을 보유하고 있어 '4박팀' 또는 '박패밀리'로 불린다. 실제로 주장 박영훈 9단과 5지명 박종훈 3단은 6촌지간이기도 하다.

KB리그 사상 유례가 없는 이 종씨팀이 한날 한시에 '4-4-4'를 합창했다. 박씨 4명이 4승을 합작했고, 팀은 4승째(2패)를 확보하며 1위로 올라섰다. 15일 저녁 열린 사이버오로와의 7라운드 2경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 KB리그 해설 3인방의 예측은 또 한 번 크게 빗나갔다. 3명이 의견 일치를 본 3국 말고는 전부 혼전이었다는 얘기가 될까.

"다섯 판 모두가 예측이 어렵습니다. 3국(나현-이지현)의 1.2지명 대결을 포함해 전반부를 유리하게 가져간 팀이 승리할 것 같습니다."

중계석 이희성 해설자의 오프닝 멘트대로 승부는 사실상 전반부 1~3국에서 갈렸다. 하지만 거기서 우위를 잡은 쪽은 본인이 손을 들어준 사이버오로가 아니라 수려한합천이었다. 총론은 맞고 각론은 틀린 셈. 양 팀의 4지명과 5지명이 맞대결을 펼친 장고대국에서 수려한합천이 두 판 다 승리한 것이 예상을 뒤엎는 대승의 마중물이 됐다.

사이버오로 1지명 나현 9단에게 선취점을 내주고 시작한 수려한합천은 4지명 맞대결에서 '예비역' 박승화 8단이 주목 받는 '루키' 문유빈 3단을 잡으며 반격의 신호탄을 쐈다. 상대전적 2승으로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이 완승의 내용과 함께 3승으로 이어졌다.

▲ 나현(오른쪽)도 대마를 잡는다는 걸 보여준 한 판. 중앙 사활에 승부를 건 이지현의 수순에 아쉬움이 있었다. 상대전적 2승2패를 맞춘 나현 9단은 4연패 후 2연승. 이지현 9단은 4연승 후 2연패로 명암이 갈렸다.

수려한합천의 2000년생 루키 박종훈 3단은 2시간의 장고대국에서 5시간, 300수에 달하는 격전 끝에 송규상 4단을 1집반 차로 따돌렸다. 올 시즌 1승3패의 마음고생을 덜어내는 단비 같은 1승이자 팀 승리를 앞당기는 천금의 승리가 됐다.

걀승점은 주장 박영훈 9단의 손끝에서 나왔다. 중앙에서 설현준 4단의 기발한 코붙임 강타를 당해 크게 휘청였으나 큰 어려움 없이 타개에 성공한 다음 끝내기에서 격차를 벌렸다. 곧이어 3지명 루키 박상진 4단은 홍성지 9단과의 첫 대결을 반집차로 승리하며 팀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 백의 두 점 머리에 코 붙인 수가 '괴물' 다운 강타. 순간 중계석부터 양 팀 검토실까지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억"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올 시즌 신생팀 바람을 선도하고 있는 수려한합천은 한국물가정보를 동률 규정에 의해 제치고 대망의 1위에 올라섰다(한국물가정보와 팀 승수, 개인승수까지 같지만 주장 다승에서 박영훈 9단(5승)이 신민준 9단(4승)에 앞선다).

2라운드 5-0 영봉승(대 정관장 황진단)에 이어 또 한 번의 대승을 거두면서 내재된 폭발력 또한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초반을 3연패로 시작한 다음 2연승을 달렸던 사이버오로는 3연승에 실패하면서 다시 하위권으로 순위가 쳐졌다.

▲ 좌상쪽부터 시작해 전 판을 불구덩이로 만든 두 기사. 일찌감치 1분 초읽기 하나에 의지했던 박종훈 3단(왼쪽)이 시간 여유가 제법 있었던 송규상 4단의 거센 추격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렸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6일 Kixx(3승3패)와 정관장 황진단(1승4패)이 7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정서준-이창호, 강승민-이동훈, 윤준상-윤찬희, 백홍석-진시영, 김지석-박진솔(이상 앞이 Kixx).

▲ 장고A: 2시간, 장고B: 1시간, 속기 10분.


▲ 모두들 까다로워 하는 문유빈 3단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아는 듯한 박승화 8단(오른쪽). 완승의 내용과 함께 상대전적 3승으로 격차를 벌린 시즌 전적은 4승2패. 문유빈은 3승3패.

▲ 랭킹 12위의 홍성지 9단을 상대로 시즌 4승째(3연승)를 올린 박상진 4단(68위). 4승2패의 성적표는 올 시즌 6명의 신입생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

▲1지명 박영훈 5승1패, 2지명 이지현과 3지명 박상진, 4지명 박승화가 나란히 4승2패로 쾌조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수려한합천. 다음 8라운드에선 셀트리온, 9라운드에선 한국물가정보와의 연속 한 판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 목표했던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한 가운데 주장 나현 9단의 정상 궤도 진입이 위안인 사이버오로.

▲ "오늘 라운드가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쁘다. 처음 감독을 맡아서 다른 팀들은 어떻게 대국을 하고 전략을 짜나 관심이 가서 자주 나와 구경하는 편인데, 보이진 않는다(웃음)." (고근태 감독)

"(결혼은)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 언제 느낄지 모르겠다. (-예비신부에게 한마디) 사실 싸울 것 같지 않았는데 준비하면서 싸울일도 좀 있더라. 아무튼 많이 이해해 줘서 고맙고, 항상 뭘 해도 잘 받아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잘 살겠습니다^^." (박영훈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