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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감독 "나도 무척 기뻐해봐야겠다"
Kixx 벼랑끝 일전 승리...공은 BGF와 한국물가정보에게로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10-05 오전 4:05:18
▲ 한 쪽은 팀 승리가, 다른 한 쪽은 다승왕이 걸린 랭킹 3위와 5위의 빅매치에서 Kixx의 주장 김지석 9단(왼쪽)이 SK엔크린 주장 이영구 9단을 2집반 차로 꺾었다. 신부에게 다승왕을 선물하겠다는 의지로 올 시즌을 달려온 이영구 9단은 막판 3연패에 발목이 잡히며 첫 다승왕 등극이 어렵게 됐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1경기
Kixx, SK엔크린에 4-1 승...4연패 탈출하며 PS 희망 '두둥실'


지난 6월 14일 개막해 3개월 보름여를 달려온 2018 KB리그 정규시즌이 종착역에 다다랐다. 지난해보다 한 팀이 줄었을 뿐인데 진행 속도는 눈코 뜰새 없을 정도로 숨가빴다는 느낌이다.

지난 13라운드까지의 결과를 보면 중요한 정규시즌 1위도, '가을 바둑'을 향한 나머지 2장 티켓의 주인공도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탈꼴찌 경쟁까지 더해져 최종 경기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눈앞의 종착역을 향한 첫 관문에서 벼랑끝 배수진을 쳤던 Kixx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Kixx는 4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1경기에서 정유업계 라이벌 SK엔크린을 4-1로 눌렀다. 지면 탈락이 확정되는 경기였다.

▲ Kixx의 2지명 윤준상 9단(오른쪽)이 올 시즌 두 번째 등판한 SK엔크린의 퓨처스 김기용 8단을 흑 불계로 꺾고 귀중한 선취점을 올렸다. 막바지 3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난 윤준상 9단의 시즌 전적은 8승5패, 김기용 8단은 2패.

한 팀은 승패와 무관한 경기였고, 다른 한 팀은 생사가 걸린 경기였다. 개별 대국의 승패에 따른 차이가 크다 해도(속기대국 290만원, 장고대국 320만원) 선수들이 승부에 임하는 자세에서 농도 차이가 확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SK엔크린은 2지명 이동훈을 오더에서 제외하고 두 명의 퓨처스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등 마음을 비운 상태. 그 결과 대진도 좋고 정신무장에서도 우위에 있었던 Kixx가 비교적 손쉬운 경기를 펼쳤다.

1~3국에 팀의 1~3지명을 배치한 전략이 이른 승리를 가져왔다. 스트레이트로 3승을 쓸어담았다. 윤준상 9단과 김지석 9단이 선제 2승으로 팀 승리를 예약한 다음, 밤 9시 30분 경 백홍석 9단이 장고대국에서 승리하며 3-0일직선으로 승부를 끝냈다.

-Kixx, 4연패 탈출하며 '유종의 미'...BGF, 한국물가정보 '비상'
-박정환.신진서.나현과 경쟁하는 이영구, 다승왕 어려워져


관심이 집중된 양 팀 1지명 대결에선 Kixx의 주장 김지석 9단이 승리했다. 중반 들어 승리가 확실해 보였던 바둑이 끝내기에서 흔들리며 역전 조짐이 보이기도 했으나, 다시 냉정을 찾은 끝에 2집반 차로 골인했다. 시즌 내내 다승 선두를 질주했던 이영구 9단은 막판 3연패의 쓰라림을 맛보며 다승왕 일보 직전에서 물러났다.

Kixx는 가장 마지막 끝난 4국에서 상대 홍성지 9단에게만 한 판을 내주었을 뿐, 4지명 강승민까지 승점을 보태며 4-1 대승으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장식했다. 악몽 같던 4연패에서 벗어나며 절체절명의 경기를 승리하는 짜릿함이 더해졌다.

"선수들이 심적 부담이 컸을텐 데도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줬다"는 목진석 해설위원. 여기에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는 최유진 캐스터의 말이 보충 설명처럼 따랐다. Kixx의 배테랑 윤준상 9단과 백홍석 9단이 상대 퓨처스 두 명을 완숙하게 제압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 오는 28일 결혼을 앞두고 웨딩 사진을 공개한 이영구-오정아 커플. 전력을 다하고도 신부에게 다승왕 선물을 못하게 된 신랑이지만 그게 뭘 대수랴. 일상에서 그보다 더 크고 소중한 '사랑'을 듬뿍 선물할 수 있다면.

Kixx가 승리하면서 생존이냐, 탈락이냐의 공은 BGF와 한국물가정보로 넘어갔다. Kixx가 졌다면 자동으로 포스트시즌이 진출이 확정되는 두 팀이었으나 이제는 마지막 한 경기에 목을 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겠지만 막상 닥친 사태에 김영삼 감독과 한종진 감독은 각자 씁쓸한 잔을 들이키지 않았을까.

나란히 7승6패인 두 팀은 개인 승수로는 Kixx와 대적이 되지 않는다. 오직 승리해 8승을 확보하는 것만이 살길인다. 특히 당장 다음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 뻔한 포스코켐텍을 상대해야 하는 BGF의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한국물가정보는 최종 경기에서 탈락이 확정된 화성시코리요가 대결하는 만큼 형편이 나은 편.

이렇게 본다면 두 팀 중 어느 하나만 패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Kixx가 보기 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김영환 감독 역시 "(다른 팀 경기를)초조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하면서도 "우리 팀이 올라갈 확률이 50% 이상은 돼 보인다"며 희망 가득한 전망을 내비쳤다.

▲ 한 때 1위를 넘보는 위치까지 갔다가 급전직하, 벼랑끝까지 내몰렸던 Kixx. 김영환 감독(오른쪽)은 인터뷰에서 "지난 번 우리가 화성시코리요에게 졌을 때 다들 무척 기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엔 나도 무척 기뻐해봐야겠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한편 10승 주자 네 명이 경합했던 다승왕 부분은 이영구 9단이 패하면서 박정환.신진서.나현 9단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이들 세 명이 모두 패해 네 명이 공동 수상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남은 대진은 나현-김승재, 신진서-이세돌, 박정환-허영호의 순. 나현은 승리 시 처음으로 다승왕에 오르고 신진서는 3년 연속, 박정환은 3년 만이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5일 BGF와 포스코켐텍이 14라운드 2경기에서 대결한다. BGF가 이기면 포스트시즌이, 포스코켐텍이 이기면 챔피언결정전이 확정되는 경기. 전반기엔 포스코켐텍이 4-1로 이겼으며, 5국의 이창석-이원영은 설욕이냐 연승이냐를 놓고 다시 대결한다(전반기 이원영 승).



▲ 올 시즌 장고대국만 여섯 번째 출전인 백홍석 9단(오른쪽)이 '국가대표가 인정하는 기재' 박상진 3단을 흑 불계로 제압하고 귀중한 팀 승리를 결정했다. 내년에 KB리거가 유력시되는 박상진 3단은 장고대국에만 세 번 출전해 1승2패.

▲ 94년생 동갑내기 대결에서 강승민 6단(오른쪽)이 박민규 6단에 불계승하며 상대전적 4전 4승의 천적 이미지를 굳혀갔다. 리그 막바지에 3연승으로 살아난 강승민은 8승6패, 박민규는 7승7패.

▲ Kixx의 퓨처스 정서준 3단과의 첫대결에서 승리하며 팀의 영패를 막은 홍성지 9단(오른쪽). 24명의 퓨처스 선수 가운데 가장 랭킹이 높은 정서준(33위)은 네 번 등판해 2승2패, 홍성지는 8승5패로 시즌을 마쳤다.

▲ 올 시즌 '불운의 아이콘'이 된 SK엔크린. 초반 4연패 출발에 8번이나 2-3 패배를 당하는 등 도통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사진 가운데가 2014년부터 사령탑을 맡고 있는 최규병 감독. '만년 꼴찌' 소릴 듣던 팀을 2016년과 201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려놨으나 이번엔 빈손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