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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투혼극...설현준이 해냈다
BGF, 화성시코리요에 진땀승...설현준 결승점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07-16 오전 6:31:45
▲ 이런 집념은 흔치 않다. BGF의 '미완의 대기' 설현준 4단(오른쪽)이 2시간 넘는 사투 끝에 송지훈 4단에게 대역전승, 생명이 꺼져가는 팀을 구해냈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4경기
BGF, 화성시코리요에 3-2 승


이틀 연속 5-0의 광풍이 몰아친 KB리그 무대에 또 한번의 '사건'이 터질 뻔했다. '2패 뒤 3승'의 역전 드라마가 그것이다. 5-0의 스코어도 그렇지만 '2패 뒤 3승'의 역전극도 흔한 일이 아니다. 한 시즌에 고작 몇 번이다. 사흘 연속 KB리그 무대가 들썩일 뻔했다.

거의 되는 줄 알았다. 화성시코리요가 BGF에게 먼저 2승을 내주고 2-2까지 따라붙은 시점에서는 거의 그래 보였다. 한데 최종국에서 믿기 어려운 반전이 일어났다. BGF 4지명 설현준 4단이 절망적인 바둑을 2시간여의 사투 끝에 기어코 뒤집었다. BGF의 극적인 3-2 승리. 15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이렇듯 마지막까지 곡절의 연속이었다.

▲ 2승1패의 BGF와 1승2패의 화성시코리요가 초반 갈림길에서 만났던 승부. 단 한 경기지만 이긴 BGF는 3승1패, 진 화성시코리요는 1승3패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이날의 출발은 BGF가 순조로웠다. 박영훈과 김승재의 연승으로 6시30분에 시작한 전반부를 2-0으로 앞섰다. 박영훈은 최재영의 패기를 부드럽게 잠재웠고, 김승재는 2전 2패만을 당해 왔던 류수항에게 첫 승점을 따냈다. 장고판에서도 조한승 9단이 원성진 9단을 상대로 우세한 흐름을 이끌고 있어서 3-0 스트레이트 승리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었다.

한데 이런 즐거운 분위기가 갑자기 깨졌다. 조한승 9단이 갑자기 큰 실수를 범하면서 순식간에 원성진 9단쪽으로 승리가 넘어간 것이다.

▲ 조한승과 원성진. 묵직한 양 팀 2지명이 31번째 대결을 펼친 장고대국(조한승 16승14패). 크게 우세했던 조한승 9단이 상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형세가 역전됐다. 나중에 잡힌 돌을 근근히 살려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이렇게 되면 2-2라고 봐야 하네요."

중계석 송태곤 해설위원의 한마디에 양 팀에서 일제히 폭소가 터졌다. 박정환-이창석의 5국이 막 중반에 들어선 시점이었다. 결과를 보지도 않고 박정환 9단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멘트. BGF진영에서 "너무 편파적이다"라는 볼멘 소리가 흘러나왔다.

▲ 실제로는 만만치 않았던 박정환-이창석 전. 이창석 4단이 실리에서 크게 앞선 상태에서 박정환 9단도 중앙 백 대마를 잡지 못하면 질 수도 있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결국 165수 만에 대마를 잡고 판을 끝냈지만, 그 와중에 좀처럼 하지 않는 '시간 공격'까지 동원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무렵 송지훈과 또래 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던 설현준은 이미 그로기상태였다. '2승 뒤 3패'의 악몽이 기정사실처럼 BGF 진영을 짓눌렀다. 설현준이 불사조처럼 일어섰다.

집요하게 송지훈의 빈틈을 물고 늘어져 천지대패를 만들어냈다. 절대 패감이 많았기에 우변 백대마를 거저다시피 잡아냈다. 사석통에 수북한 돌이 31개에 달했다. 밤 10시 42분, 거의 울 듯한 표정이 된 송지훈이 돌을 거뒀다.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울림이 컸던 반전 드라마가 BGF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저녁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던 김영삼 감독(가운데). 경기가 끝나자 "오늘은 간단히라도 한 잔을 걸쳐야 겠네요." 라는 말이 나왔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내주 목요일 BGF와 정관장 황진단의 대결로 5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천만원, 4위 3천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60만원, 패자는 70만원을 받는다(장고대국은 각각 400만원과 80만원).

▲ 경기가 끝나자 마자 스튜디오에 들어선 화성시코리요 박지훈 감독(오른쪽)과 원성진 9단. 복기를 지켜보는 표정에서 아쉬움이 뚝뚝 묻어난다.



▲ 신예들은 평범한 승부를 해서는 박영훈 9단(오른쪽)의 '계산'을 넘을 수 없다(189수 박영훈 흑 불계승). 박영훈 2승1패, 최재영 1승3패.

▲ 올 시즌 사람이 바뀐 듯한 인상을 주는 기사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김승재 8단(왼쪽)이다. 류수항 6단을 1집반 차로 물리치고 4연승.

▲ 최종국의 대마수상전은 하도 긴박해서 도저히 앉아 있기 어려웠다. 모니터 앞에 다가서서 직접 수를 읽는 박영훈 9단과 홍기표 8단.

▲ 인공지능은 결말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거야(?). 박정환을 비롯해 컴퓨터 앞에 일제히 몰려든 화성시코리요 선수들.

▲ BGF 승리의 주역 설현준 4단. 98년생이니 만 스물이 됐는데도 어느 호프집을 가든 꼭 주민등록증 제출을 요구받는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사장님들, 이제부턴 그냥 패스해 주세요. 절대 미성년자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