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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마저...정관장 황진단, 충격의 영봉패
Kixx, 정관장 황진단에 5-0 압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07-14 오전 6:46:42
▲ 최근 랭킹 2위와 3위 자리를 다시 바꾼 두 기사. 랭킹 포인트와도 연관이 있어 피차 사력을 다한 경기에서 김지석 9단(오른쪽)이 신진서 9단에게 대역전승을거두며 팀의 압승을 이끌어냈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
무너진 디펜딩 챔피언...이희성 해설자 "믿기지 않는다"


승승승승승. Kixx의 저력이 폭발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압승이었다. 정관장 황진단엔 최연소 1지명이자 지난 시즌 다승왕 신진서가 있고, 가장 강한 3지명이라는 김명훈이 있으며, '사기'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니는 4지명 박진솔이 있다. 지난해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한 이 팀의 전력은 올해도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런 팀이 무너졌다. 그것도 0-5로.

'퓨처스 2명'이라는 극단의 승부수를 던진 Kixx가 분위기 반전의 축포를 쏘았다. Kixx는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을 5-0으로 완파하고(2승2패) 매끄럽지 못했던 초반 행보를 정상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 '검은 백조(Blak Swan)'는 예기치 않게 찾아 온다. 누가 정관장 황진단의 영봉패를 예상할 수 있었을까. 사진 오른쪽은 올 시즌 새 지휘봉을 잡은 김승준 감독.

3지명 백홍석과 5지명 홍기표를 대신해 등판한 두 명의 퓨처스 선수, 정서준 2단과 김세동 6단이 제 몫 이상을 해줬다. 각각 2국과 5국의 주자로 나서 정관장의 핵심 박진솔 8단과 이창호 9단을 꺾었다. 특히 정서준 2단은 강승민 6단의 선제점에 이어 Kixx가 2-0으로 달아나는 결정적 공을 세웠고, 이 기세가 팀의 대승으로 이어졌다.

▲ 올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박진솔 8단을 상대로 첫승을 거둔 정서준 2단(오른쪽). 박진솔 8단의 속기에 맞서 흑 1집반승을 거두며 상대 전적 2전 2승을 기록했다. 7월 랭킹은 박진솔 19위, 정서준은 지난달 23위로 깜짝 진입했다가 37위.

결승점은 팀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는 2지명 윤준상 9단의 몫이었다. 장고대국에서 불과 154수 만에 김명훈 6단을 뉘며 팀 스코어 3-0 스트레이트 승리를 결정지었다. 밤 9시 5분.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빠른 시각에 팀 승부가 끝이 났다.

▲ 팽팽한 샅바싸움에서 일거에 김명훈 6단을 쓰러뜨린 윤준상 9단. 중국 리그 참가로 첫 경기를 결장한 뒤 3연승이다.

팀 승부를 떠나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1지명 맞대결에서도 Kixx는 김지석 9단이 승리하며 압승의 기세를 이어갔다. 지난 4월의 GS칼텍스배 준결승전(신진서 승) 이후 두 달여 만의 재회. 최근 기세상 신진서 9단의 우세가 점쳐졌고, 중반까지 그런 예측대로 흘러가나 싶었는데 막판 대반전이 일어났다.

어차피 불리하다고 본 김지석 9단이 사활에 승부를 걸었고, 놀랍게도 아무 탈 없이 대마가 살아가면서 기막힌 역전이 이뤄졌다. 중계석 이희성 해설위원의 입에서 "정말 대단하다" "사활은 역시 김지석이다" "견디고 견뎌서 얻어낸 승리다"라는 찬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 백ㅁ로 이어 우상쪽 흑 대마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장면. 잡으러 가는 사람이 수읽기의 귀재인 신진서 9단인 만큼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흑1이 떨어졌다.
계속해서 백2 때 흑3으로 하나 젖혀둔 다음 5,7이 짧은 시간에 봤다고 믿기 어려운 절묘한 수순. 이 다음 백8에 흑9로 흑 대마가 떵떵거리고 살아가면서 형세가 역전됐다.

밤 10시 50분. 팀의 영봉패를 예감했던지 끝까지 돌을 거두지 못하고 있던 이창호 9단이 계가까지 마쳤다. 결과는 김세동 6단의 백 9집반승. Kixx의 퍼펙트 승리가 완성됐다. 올 시즌 5-0 승리는 1라운드에서 포스코켐텍이 신안천일염을 상대로 작성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한 번 당하면 두고 두고 잊지 못한다는 이 수모를 당한 쪽이 정관장 황진단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토요일 나란히 3연승을 달리고 있는 포스코켐텍과 한국물가정보의 한 판 승부로 이어진다. 이번 4라운드의 백미에 해당하는 경기인 만큼 놓쳐서는 안 될 대국이 많다.

가장 관심사는 '돌풍의 주역' 박하민 3단이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 9단마저 넘을 것인지 여부. 이와 동시에 랭킹 5위 변상일과 7위 신민준의 자존심을 건 매치가 펼쳐질 예정이어서 시선을 떼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 강승민 6단을 상대로 속기로 일관하다 1시간 25분(166수) 만에 불계패를 당한 한승주 5단(오른쪽). 4연승이 깨진 다음 스스로도 멋적었던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 선수선발식 때부터 전력이 탄탄하다고 소문이 난 Kixx의 퓨처스팀. 그 중심에 있는 김세동 6단(왼쪽)은 2013년에 신인왕, 2014년에는 2지명까지 치고 올라간 적이 있는 강자다. 이날 이창호 9단을 꺾으며 올 시즌 두 번의 등판 기회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 지금은 인공지능시대. 검토실에서 테블릿 PC에 집중하는 신진서 9단(가운데)을 뒤에서 바라보는 홍기표 8단의 표정이 재밌다.

▲ 1,2라운드를 2-3으로 패하고 3라운드를 3-2로 이긴 답답한 흐름을 일거에 끊어낸 Kixx.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2013년에 정관장 황진단에게 영봉패를 당한 일이 있다.

▲ 지난 5월 TV바둑 아시아선수권전을 우승하며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김지석 9단. 현재 용성전 4강에 올라 있다. 바둑리그 1라운드에서 박하민 3단에게 패한 다음 최근 4연승. 올해 통산 전적은 34승 8패로 승률이 80퍼센트를 상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