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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단수 착각'에 마법 풀린 티브로드
신민준 10연패 탈출, '강동윤 징크스'도 끝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10-13 오전 7:36:43
▲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것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던 신민준(오른쪽)이 마침내 10연패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전반기(박영훈 승)의 재대결로 펼쳐졌던 이날 경기도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박영훈의 '단수 착각'이 뜻하지 않은 행운을 불러왔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1경기
티브로드, 한국물가정보에 4-1 승...실낱같은 PS 희망 살려


이 경기를 지면 탈락이 확정되는 티브로드가 한국물가정보를 꺾고 희미한 포스트시즌의 희망을 살려나갔다. 사즉생의 각오로 똘똘 뭉친 것이 예상밖 대승을 이끌어냈다.

티브로드는 1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1경기, 생사가 걸린 한국물가정보와의 일전을 4-1로 제압했다. 김정현의 선제점으로 출발한 티브로드는 주장 강동윤이 한국물가정보 5지명 설현준에게 패하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장고대국에서 신민준이 행운의 승리를 거둔 다음 류민형과 류수항의 '류류포'가 풀가동하며 모처럼 대승을 거뒀다.

▲ '약간 불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한국물가정보에 압승을 거둔 티브로드. 송태곤 해설자는 "강동윤만 패하고 나머지는 모두 이기는 이런 결과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티브로드는 보호선수 지명연한 규정(최대 3년간 연속지명)에 따라 3연속 우승을 이뤘던 주역들을 모두 내보내고 새출발을 했었다. 출발은 괜찮았다. 1,2라운드를 연승하며 전반기를 4승4패, 5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도약을 기대했던 후반기의 상황이 급전직하로 돌변했다. 10라운드 승리 후 내리 5연패, 그 중 1-4의 대패가 네 번이나 됐다. 5연패에 빠진 1지명 강동윤(5승9패), 10연패에 빠진 2지명 신민준(3승11패)의 극심한 부진이 팀 성적에 직결됐다.

▲ 첫 번째 축머리 공방은 잘 넘겼으나 두 번째 축머리 활용에서 실패한 강동윤(오른쪽). 5연패는 2012년에도 한 차례 있었지만 6연패는 처음이다.
반면 조한승, 이창호에 이어 강동윤마저 넘은 설현준은 한껏 물이 오른 모습을 보여주며 향후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시즌 6승6패). 우리보다 중국에서 훨씬 주목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실.

한국물가정보를 맞아서도 주장 강동윤이 패하면서 불길한 기운에 휩싸였다. 상대 5지명 설현준을 맞아 연패 탈출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15라운드까지 강동윤이 이기면 팀도 이기고 지면 팀도 패하는 징크스가 이어져왔기에 기분나쁜 동점을 허용한 이상의 께름찍함이 검토실을 지배했다.

저녁 8시반, 후반 속기전이 시작될 무렵 티브로드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이날의 빅매치이자 승패의 분수령이라 할 장고대국은 신민준이 박영훈의 페이스에 일찌감치 말려들면서 비세가 지속됐다. 나머지 속기판인 4국(류민형-원성진)과 5국(류수항-안국현) 또한 지명도에서 모두 밀리는 대결이어서 승산이 커보이지 않았던 상황.

▲ 상대 전적 2승2패. 최근 연승의 기세를 타고 있는 두 기사의 대결에서 김정현(왼쪽)이 한태희를 꺾고 3연승을 달렸다.

한데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돌발 사태가 벌어진다. 신민준을 상대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박영훈이 10급만 되도 하지 않을 단수 착각을 범한 것이다.

방송은 류민형-원성진의 대국을 중계하고 있어서 이 장면이 묻혔지만 여러 곳의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양 팀 검토진에선 '억'소리 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 티브로드는 티브로드대로, 물가정보는 물가정보대로 '이게 실화 맞나' 하는 얼굴이 되어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 좌변 수상전의 형태에서 흑은 1,3으로 조이는 수뿐. 여기서 백4로 끊은 수가 말도 안 되는 착각이다. 계속해서 흑5로 1의 곳을 때리자 백이 거꾸로 다 잡혔다. "가의 곳이 때려져 있는 걸로 순간 착각했다"는 박영훈.
애초에 백2는 가로 때린 다음 흑3때 2의 곳을 때렸으면 끝. 백4 때라도 가의 곳을 때려 패를 했으면 지는 일은 없었다. 실전은 이러고도 만만치 않았으나 여기서 멘붕이 온 박영훈이 의욕을 상실하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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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그에서나 있을 법한 단수 해프닝은 티브로드를 짓눌러왔던 마법을 단번에 푸는 역할을 했다. 신민준은 칠흑 같은 10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났고, 15라운드까지 이어져왔던 강동윤 징크스도 종막을 고했다.

신민준이 박영훈의 항복을 받아낸 다음 원성진을 상대로 사생결단의 몸싸움을 하던 류민형이 천냥짜리 승리를 거뒀다(티브로드 3-1 승). 기세가 오른 티브로드는 마지막 끝난 5국에서 류수항마저 승점을 추가하면서 짜릿한 대승의 기쁨을 누렸다.

▲ 마주앉자마자 숨돌릴 겨를도 없이 난타전을 벌인 두 기사. 류민형(왼쪽)이 상대 전적 2패의 열세를 딛고 귀중한 결승점을 올렸다.

종반 순위 싸움에서 경쟁팀간의 1승은 그냥 1승이 아니다. 6승9패가 된 티브로드는 8위에서 6위로 순위가 두 단계 뛰며 실낱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의 희망을 살려나갔다. 남은 한 경기마저 대승을 거둔 다음 골득실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여지가 희미하나마 생긴 것이다.

반면 이 경기를 이겼으면 7승7패가 되어 5위를 자력으로 확정 짓고 4위까지 넘볼 수 있었던 한국물가정보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6승8패에 그치면서 남은 두 경기에서 피말리는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나중에 연패가 길어지면서 이길 것 같지가 않은 느낌이었는데 박영훈 사범님이 실수를 해주셔서 운좋게 이긴 것 같다" "국제대회나 국내대회나 다 중요한데 제가 속기에 잘 적응을 못해서 많이 졌던 것 같다"(신민준.오른쪽)

"팀이 오늘 지면 떨어지는 거 였는데 아직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류민형.왼쪽)

13일엔 최하위 신안천일염(2승12패)과 8위(5승8패) BGF리테일CU가 대결한다. 대진은 박주민(퓨)-진시영, 조한승-안정기, 이세돌-허영호, 목진석-이지현, 한상훈-이창석(퓨)(이상 앞이 신안천일염). BGF리테일CU 주장 이동훈은 이민배 출전으로 오더에서 제외됐으며, 신안천일염 주장 이세돌은 세 경기 만에 복귀전을 치른다.



▲ 같은 6승7패자끼리의 대결에서 류수항(오른쪽)이 중앙 가두리를 잘못 친 안국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역전승했다.

▲ 시즌이 끝날 때 되서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 티브로드. 다음 라운드는 휴번이며 마지막 18라운드는 정관장 황진단과 일전을 펼친다.

▲ "안 된다 안 돼, 다 이기고 올라가세요." 팀 승부가 가려진 후 두 손 들었다는 듯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에게 축하 말을 건낸 한종진 감독(사진 오른쪽). 목표했던 4위는 고사하고 5위 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