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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여왕'의 귀환식...2위 굳히기 나선 SK
SK엔크린, BGF리테일 꺾고 3연승...7승3패, 2위 확보 잰걸음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09-01 오전 9:03:09
▲ 홍성지(랭킹 18위)는 지난 주 오픈대회로 치러진 노사초배서 준우승. 최정(랭킹 40위)은 불과 이틀 전 한중일대(만) 여자바둑쟁탈전서 우승. 최근 뉴스면을 뜨겁게 달군 두 사람의 대결에서 홍성지가 백 불계승을 거뒀다. 거의 한 달 만에 네 번째 무대에 오른 최정의 아쉬움이 컸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1경기
SK엔크린, BGF리테일CU에 3-2 승


'슬근슬근 톱질하세~ 슬근슬근 박을 타세~'

이 팀을 생각하면 왜 전래동화의 이 장면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자꾸 자꾸 생각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올 시즌 첫 주장 완장을 찬 26살의 리더는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오히려 대기만성쪽에 가깝다). 'ㅇㅇㅇ의 무슨 팀'으로 특정 짓기가 곤란하다는 뜻. 그렇다면 팀내에 다른 유망주나 스타성 있는 선수가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다들 고만고만하다면 어폐가 있겠지만, 누구 하나 '확실한 1승'을 기대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이 팀의 장점이자 단점이다(이 때문에 팀 관계자 조차 "우리 팀은 매 경기 아슬아슬해요"라고 비명을 지르곤 한다).

▲ 전반기에 1지명이 상대 하위 지명에게 서로 패하는(안성준은 이창석에게, 이동훈은 박민규에게) 사연 많은 대결을 치렀던 두 팀. 그 경기를 3-2로 이겼던 SK엔크린이 후반기 재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이런데도 꾸역꾸역 잘도 승리를 챙겨간다. 정관장 황진단까진 아니어도 기회를 승리로 연결시키는 응집력은 분명 여타의 팀을 능가한다. 놀라운 건 이 팀의 외관이 여전히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은 '침묵의 사냥꾼' 악어에 가까운 데도!). 그러다 보니 여전히 다른 팀들은 이 팀을 무섭게 보지 않는 눈치다.

전반기에 4연승을 달린 후 잠시 주춤했던 SK엔크린이 다시 3연승을 달렸다. 슬금슬금 톱질하며 또 박 하나를 터뜨렸다.

SK엔크린은 31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1경기에서 홍성지-안성준-이영구의 순으로 팀의 1~3지명이 스트레이트 승점을 올리며 BGF리테일CU를 3-2로 꺾었다. BGF리테일CU는 장고대국(1국) 허영호에 이어 주장 이동훈이 4국서 승리하는 등 2승을 만회했으나 이미 배가 떠난 뒤였다.

▲ SK엔크린의 2위 부상은 어느 전문가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정관장 황진단, 포스코켐텍과 더불어 5할 이하의 승률인 선수가 한 명도 없는 팀. 7승인 팀이 9승의 선두 팀 보다 개인 승수가 많은 것이 SK엔크린이다.

"우리 팀 오더가 읽힌 것 같다"

SK엔크린 최규병 감독은 경기 시작 직후 이 말을 하며 짐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고대국을 포함한 세 판의 대결에서 BGF리테일CU 선수들의 상대 전적이 앞섰다. 홍성지-최정 전을 포함한 두 판은 첫 대결. 2연승 중인 2위팀과 3연패 중인 7위팀의 대결이었는데도 대진은 후자쪽이 쌀 한 톨만큼이라도 나아보였다.

▲ BGF리테일CU의 '약간 우세'를 예상한 바둑TV 화면. 중계석의 송태곤 해설자는 "BG리테일CU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오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단정지어 말했다.

관심이 집중된 홍성지-최정의 대결에서 홍성지가 기선제압의 의미가 담긴 선제점을 올렸다. 승부처였던 좌상쪽 접전에선 최정이 약간 우세. 하지만 얼마 안가 아쉬운 실수가 나왔고, 이후론 간발의 차이이긴 하지만 홍성지의 우세가 계속됐다. 계가 직전 돌을 거두는 최정의 손길에서 커다란 실망감이 둑뚝 묻어나왔다.

▲ '공격녀와 유연남의 반상 밀당'이라고 바둑TV에서 재미 있게 표현한 대결. 중반 들어 약간 기분 좋은 정도의 우세를 끝까지 지켜낸 홍성지의 페이스에 최정은 기회가 없었다. "좌변 승부처에서 보다 강하게 뒀어야 했다"고 거듭 후회한 최정.

▲ 올 시즌 바쁜 스케줄과 퓨처스 선수 이창석의 활약으로 네 번밖에 등판하지 못했던 최정(1승3패). 송태곤 해설자는 "정말 보고 싶었다"고 반가움을 표시했고, 최유진 캐스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선수가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했다.

최대 승부처로 지목된 양 팀 1.2지명 대결에서 안성준이 승리한 SK엔크린은 선제 2승으로 한시름을 놨다. 긴장은 여전했다. 우선 장고대국의 박민규가 불리했다. 또한 4지명 이태현은 상대 주장 이동훈을 상대한 마당이니 최악의 경우 이 두 판을 다 내줄 각오를 해야 했다(결국 BGF리테일CU가 다 승리했다).

▲ 삼성화재배 출격을 앞두고 있는 안성준(오른쪽)이 상대 전적에서 1승3패 열세에 있던 이지현을 꺾었다.

이렇듯 2승을 하고도 불안한 상태에서 2지명 이영구가 큰 일을 해냈다. BGF리테일CU의 키플레이어인 이창석을 꺾고 일찌감치 3-0으로 승부를 끝냈다. "포스코켐텍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달릴 때 달려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던 최규병 감독의 얼굴에 비로소 화색이 돌았다.

▲ 지난 경기에서 KB리그 100승을 달성한 이영구(오른쪽)가 이창석과의 첫 대결을 승리하며 팀 승리를 결정했다. 중앙 난해한 공방에서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는 노련함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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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크린은 7승3패를 기록하며 2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유력한 경쟁자인 포스코켐텍과는 1게임 반차. 최유진 캐스터는 "2위 자리도 2위 자리지만 은근슬쩍 정관장 황진단을 추격하는 모양새가 매섭다"고 말했다

중위권 진입이 절실했던 BGF리테일CU는 4연패다. 3승3패에서 3승7패가 되면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주장 이동훈이 승리하고 3지명 허영호가 마침내 6연패를 탈출했는데도 추가 1승이 터지지 않았다.

▲ "(최정과의 대국은) 예전 같았으면 부담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잘 두는 데다 랭킹도 높아서 부담이 없었다"(홍성지.오른쪽)

"목표 승수는 따로 없고, 최소 2등은 하자는데 팀원들의 뜻이 모아져 있는 것 같다. 정관장 황진단이 조금만 져준다면 1위도 노려볼만 하지 않을까(안성준.왼쪽)"

9월 1일엔 4위(5승4패) 티브로드와 8위(2승7패) 화성시코리요가 11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김정현-박정환, 류민형-강유택, 신민준-최재영, 류수항-김승재, 강동윤-송지훈(이상 앞이 티브로드). 전반기엔 티브로드가 4-1로 승리한 바 있으며, '류씨 형제'를 제외한 나머지 세 판은 전반기의 재대결이다.



▲ SK엔크린의 키맨인 박민규를 격전 끝에 1집반 차로 제압한 허영호(왼쪽). 상대 전적은 3전 3승이 됐다.

▲ 이태현에게 상대 전적 3승1패로 앞서 있던 이동훈(오른쪽)이 빈틈 없는 반면 운영으로 또 한 번 항서를 받아냈다.

▲ 7번의 팀 패배 중 6번이 3-2 패배인 BGF리테일CU.

▲ 서로 바빠 지난 두 경기를 떨어져 있어야 했던 오유진과 최정이 오랜만에 단짝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