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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랭킹이 4위라고라'...이세돌, 'GS안'에 KO승
조한승, 을조리그 도중 귀국 투혼...한국물가정보에 3-2 역전승
  • [KB바둑리그]
  • 2017-06-11 오전 5:18:29
▲ 최근 랭킹이 4위로 밀려난 이세돌이 화풀이를 하듯 GS칼텍스배 우승자 안국현을 난타했다. 팀이 1-2로 뒤진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이 된 귀중한 동점타였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3경기
신안천일염, 세 경기 만에 첫승...'30대 트리오' 맹활약


"올 때는 편하게 왔는데 갈 때가 문제입니다"

저녁 대국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조한승(신안천일염 2지명)은 반가운 인사에 앞서 이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중국 을조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도중 먼 길을 달려온 조한승이다. 마침 이날이 하루 있는 휴식일이어서 가능했지만 이 한 판을 두고 다시 천리길을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 편했을 리 없다(이긴다면 다행이지만 졌을 땐 그 심정이 어떠할 것인가).

을조리그가 열리고 있는 추저우는 중국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상해나 북경에서 비행기로 두시간 거리. 중도에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고 육상 이동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최소 왕복 12시간의 강행군이다. 이날 경기의 상대팀인 한국물가정보가 똑같이 을조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원성진을 불러들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 2패를 당하고 있는 신안천일염의 처지가 그만큼 다급했다.

먼먼 길을 홀로 온 만큼 조한승의 각오 또한 비장했을 것이다. 기세등등한 한태희를 상대로 명품 같은 진행을 펼치며 완승을 거뒀다. 기선 제압의 의미가 담긴 선취점이자 세 경기 만에 거둔 자신의 첫 승점이었으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터. 당연히 왕복 비행기삯도 뽑았다.

▲ 한태희에게 승리를 거둔 다음 조한승은 다음날 있을 을조리그를 위해 곧장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오늘 밤은 상해에서 1박을 한 다음 아침에 항저우로 이동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일정. 숙소에 도착해서는 팀 승리를 확인했을 터이니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았을까.

조한승이 이렇게까지 해주고 떠났는데 다른 선수들이 분발을 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주장 이세돌과 맏형 목진석, 팀의 주축인 '30대 트리오'의 남은 두 명이 마저 힘을 보탰다. 상대 주장 박영훈의 장고대국 출전을 예상하고 새내기 심재익을 '번트'로 갖다 댄 전략도 한 몫을 했다.

1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3경기에서 신안천일염이 한국물가정보를 3-2로 눌렀다. 조한승의 선제점 이후 상대에게 연달아 두 판을 내주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세돌의 동점타와 목진석의 결승타가 차례로 이어지면서 후반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물가정보는 팀의 막내이자 루키 기대주인 설현준이 한상훈을 꺾는 선전을 펼쳤지만 장고대국에서 박영훈의 승리까지 2승에 그쳤다.

▲ 2패자끼리의 대결에서 설현준(오른쪽)이 한상훈을 상대로 KB리그 첫승을 올렸다. 흐름이 좋지 않던 상황에서 한상훈의 다소 깊은 삭감을 되받아친 것이 결정타가 됐다(197수 흑 불계승).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제4국, '상처받은 호랑이' 이세돌과 올해의 가장 '핫한 사나이' 안국현의 맞대결이었다. 상대 전적만 놓고 보면 안국현이 1승5패로 절대 열세. 하지만 그 한 번의 승리가 바로 GS칼텍스배 예선에서 거둔 것으로 안국현이 생애 첫 우승컵을 거머쥐는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했다. 당연히 안국현은 '제가 좀 컸습니다' 넌지시 아뢰는 심정이었을 테고 그 때의 패배를 잊을 수 없는 이세돌로선 '그래(?)그렇게 컸어"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초반부터 안국현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지며 숨가쁘게 판을 몰아가는 이세돌의 손길이 그런 심리상태를 짐작케 했다. 세상 누구보다 잘한다는 초읽기 공격도 더해졌다. 첫 번째 위기를 잘 넘긴 안국현이었지만 두 번째 가서는 버티기 힘들어졌다. 하변 백 일단이 몽땅 잡힌 데다 이세돌이 승부를 끝내는 패까지 결행할 태세를 보이자 힘 없이 고개를 숙였다. 격투기로 치면 잇단 타격으로 상대의 힘을 뺀 다음 암바로 마무리하는 듯한 이세돌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 홍민표 해설자로부터 "첫 번째 미션은 잘 수행했는데 두 번째 미션에서 미끄러졌다. '미션 클리어'를 못한 점이 아쉽다"는 소릴 들은 안국현. 큰 성취를 이룬 후 찾아 오는 공허감 때문인지 5월 6일 GS칼텍스배를 우승한 이후 연패(바둑리그 3패 포함 4전4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간에 자존심 대결 양상을 띠었던 5국. 감독 목진석(왼쪽)이 원성진의 대타로 출전한 퓨처스 선수 박건호에게 따끔함을 보여주며 팀에 첫승을 안겼다.

11일엔 강동윤의 티브로드(2승)와 김지석의 Kixx(1승)가 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강동윤-김지석,신민준-김기용,류민형-윤준상,김정현-백홍석,박창명 강승민(이상 앞이 티브로드). 장고대국에서 89년생 동갑내기이자 양 팀 주장인 강동윤-김지석의 맞대결이 성사된 점이 최대 관심거리. 상대 전적에선 김지석이 14승 11패로 약간 앞서 있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장고대국(1국). 박영훈(오른쪽)이 중반 이후 안전 운행을 거듭하며 심재익의 추격을 따돌렸다. 결과가 생각보다 미세해서(1집반) 모두들 놀랐다. 입단 4개월차의 새내기 심재익은 3패째. 박영훈은 첫 경기에서 박정한에게 패한 이후 연승을 달렸다.



▲ 중요한 시점에 첫승을 거두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신안천일염.

▲ 패하긴 했지만 기대주 설현준의 첫승에 의미를 둘 수 있는 한국물가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