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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3연승, 정관장 황진단 3연승!
'을조리그 직격탄' 맞은 포스코켐텍 '울고 싶어라'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06-09 오전 7:36:24
▲ 정관장 황진단이 2-0으로 앞선 상태에서 후반 속기전에 출전한 한승주가 안조영을 꺾고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1경기
정관장 황진단, 포스코켐텍 4-1로 누르고 3연승


해마다 황사가 찾아오듯 바둑리그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중국 을조리그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중국 을조리그는 갑조리그의 2부리그격이지만 2주 정도에 모든 일정을 끝내는 데다 용병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 많은 한국기사들이 참가를 원한다(올해는 6월 8일~17일까지 취저우에서 열린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는 사상 최대인 11명이 중국으로 건너갔고, 올해는 그보단 크게 줄었지만 7명의 바둑리그 주전급(조한승 원성진 이영구 이지현 나현 변상일 최정)이 재차 중국으로 향했다. 파행의 정도는 약해졌지만 그래도 이들이 속한 팀의 감독들은 비상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포스코켐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심 전력 두 명(2지명 나현과 3지명 변상일)이 빠지면서 혼자만 커다란 내상을 입었다. 다행히 이번 주만 넘기면 된다고 하지만(KB리그는 내주부터 세계대회 일정 관계로 3주간 휴식에 들어간다) 김성룡 감독 입장에선 을조리그가 이만저만 야속한 게 아니다.

▲ 올해도 중국 을조리그의 최대 피해자가 된 김성룡 감독(사진 왼쪽). "매년 겪는 일이다 보니 이젠 만성이 됐다"고 웃으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설상가상 이날의 상대는 우승을 향한 길목에서 반드시 꺾어야 할 정관장 황진단이었다. 주전의 빈 자리는 급히 송상훈과 안조영, 두 명의 퓨처스 선수로 메웠다. 오더에 있어서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나름 최상의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역부족이란 말 그대로 힘이 부쳤다. 반면 주전 5명이 고스란히 남아 뛴 정관장 황진단은 펄펄 날았다.

▲ 지난해 자신에게 1패를 안겨준 윤찬희에게 완승으로 설욕한 신진서. 벌써 3승째다.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1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포스코켐텍을 4-1로 눌렀다. 1지명 신진서와 3지명 김명훈이 전반 속기전 두 판을 쓸어담은 다음 후반 들어 4지명 한승주가 스트레이트로 승리로 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 퓨처스 선수 송상훈을 꺾고 3연승을 달린 김명훈(오른쪽). 지난해 3패로 시작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특유의 머리꼬기도 몰라보게 줄었다.

기세가 오른 정관장 황진단은 이후 박진솔이 최철한에게 한 판만을 내주었을 뿐 2지명 이창호마저 LG배 8강 진출자인 이원영을 꺾으면서 대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더욱이 포스코켐텍은 지난해 11라운드에서 아픔을 주며 정규리그 우승을 빼앗아간 팀. 상대의 약세를 틈탄 것이긴 해도 김영삼 감독의 얼굴에선 뿌듯한 미소가 흘렀다.

▲ 대국 개시 한 시간 동안 겨우 16수가 두어지는 초슬로우템포를 보였던 장고대국. 이창호 9단(오른쪽)이 초 중반 기분 나쁜 흐름이었던 바둑을 침착하게 쫒아가 역전시켰다. 세 경기 만에 시즌 첫승을 올린 이 9단에 대해 "상대의 중앙을 견제하는 수법은 여전히 초일류"라는 송태곤 해설자의 감탄이 있었다.

승리한 정관장 황진단은 초반 3연승을 달렸다. 더욱 좋아진 팀웤으로 지난 시즌 전반기에 거둔 7연승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모양새다. 이날 중계를 맡은 송태곤 해설자 역시 "정관장 황진단이 세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너무 완벽하다"는 칭찬과 함께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도 죽 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 포스코켐텍은 장고대국 포함 후반에 희망을 걸었지만 주장 최철한(오른쪽)이 박진솔을 상대로 지난해 리그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는 것에 그쳤다.

신기한 것은 이날 패한 포스코켐텍의 행보도 지난해와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엔 5라운드까지 1승4패로 바닥을 헤매다가 이후 기적 같은 10연승을 거두면서 정규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렇더라도 또 10연승을 기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 김성룡 감독 역시 "지난해처럼 되서는 곤란하다. 5라운드까지 2승3패는 해야 한다"는 말로 세 번째 경기부턴 비장한 각오로 임할 뜻임을 내비쳤다.

▲ 정관장 황진단 승리의 주역인 김명훈과 한승주.

(김명훈)"3연승이라 기분이 좋다. 올해는 욕심 안 내고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목표는 10승 정도다."
(한승주)"목표를 얘기하기 보단 가능한한 많이 이기고 싶다" "(그래도 감독님이 기대하는 바가 큰 데 재차 묻자) 그렇다면 11승으로 하겠다(^^;)."

9일엔 이동훈의 BGF리테일CU(2패)와 박정환의 화성시코리요(1승1패)가 3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진시영-박정환,이동훈-김승재,이지현-송지훈,허영호-최재영,이창석-강유택(이상 앞이 BGF리테일CU). BGF리테일CU는 최정이 여자세계대회에 이은 을조리그 출전으로 연거푸 오더에서 제외됐고, 대신 지난 주 대타홈런을 친 이창석이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이런 검은돌 일색의 바둑을 본 일이 있는지. 정관장 황진단이 3-0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끝낸 후 장고대국이 길게 이어지자 무료해진 신진서와 김진휘가 재미삼아 벌인 연습바둑. 이러면서도 수는 수대로 다 읽고 복기까지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 되는 집은 뭘 해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정관장 황진단. 지난 시즌 '5지명 돌풍'의 주역이었던 박진솔이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자 김명훈과 한승주가 쌍 기관총처럼 맹활약하고 있다.